자궁내막증식증, 생애주기를 고려한 치료
자궁내막증식증, 생애주기를 고려한 치료
'자궁내막증식증'과 '자궁내막증'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둘은 완전히 다른 질병입니다.
자궁내막이 자궁 밖에서 증식, 탈락하면서 심한 월경통을 유발하는 것이 '자궁내막증'이라면 '자궁내막증식증'은 말 그대로 자궁 안에 있는 자궁내막이 비정상적으로 증식하여 불규칙한 자궁출혈을 유발하는 질병으로 월경불순과 관련이 있습니다.
초경을 시작하고 완경까지, 매달 자궁내막이 증식하고 탈락하는 과정이 바로 월경이지요. 자궁내막의 증식, 분화, 탈락, 재생성 과정에서 호르몬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요. 월경이 끝나고 배란이 되기 전, 난포기(증식기라고도 하지요)에는 에스트로겐의 영향으로 자궁내막이 두꺼워지고(약 10mm 전후) 배란 이후 황체기(분비기)에 프로게스테론의 작용으로 내막이 더 이상 두꺼워지지 않다가 호르몬 수치가 떨어지면서 자궁내막이 탈락하고 월경을 시작합니다. 그런데 호르몬 불균형으로 인해 프로게스테론의 길항작용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면 에스트로겐의 영향을 지속적으로 받으면서 자궁내막의 분비선들과조직이 비정상적으로 증식하게 되지요. 이로 인해 월경 기간이 아닌데도 비정상적인 자궁출혈이 발생합니다.
대부분 자궁내막증식증은 호르몬 불균형으로 인한 단순 증식증으로 배란성 주기로 회복하고 규칙적으로 월경을 하면 원래의 정상적인 자궁내막으로 되돌아오지만, 일부에서는 비정형 세포를 포함하여 자궁내막암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양방에서는 프로게스테론을 보강하거나 피임약으로 주기를 맞추는 호르몬 요법으로 자궁내막증식증을 치료하며 자궁내막소파술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치료는 출혈을 일시적으로 멈추는 효과는 있지만 재발의 우려가 높습니다. 또한 임신을 계획하고 있는 가임기 여성이라면 소파술로 인한 자궁내막 손상을 우려할 수 있고 무배란 상태를 유발하는 피임약 치료를 지속하기도 어렵습니다.
재발 없는 자궁내막증식증 치료를 위해서는 근본 원인을 살펴 바로 잡아야 하며,
생애주기를 고려한 치료가 필요합니다.
사춘기, 20-30대 여성에서는 배란장애, 다낭성난소증후군과 동반된 경우가 많습니다. 배란을 동반한 규칙적인 월경주기로 회복하는 것이 자궁내막증식증의 근본적인 치료입니다.
임신을 계획하고 있는 여성이라면 배란주기 회복과 함께 자궁내막의 수용성을 높이고 착상환경을 개선하는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갱년기는 호르몬 불균형으로 자궁내막증식증이 자주 발생하는 시기이며 재발 빈도도 높습니다. 오랜 출혈로 허약해진 기운을 보강하여 지혈하고, 진액이 부족하고 허열이 생기는 갱년기의 생리를 고려하여 치료합니다.
완경 이후 출혈은 자궁내막조직의 병변유무를 자세히 살펴야 하며 비만 여성의 경우 말초의 지방조직에서 전환하는 에스트론의 영향으로 자궁내막이 증식, 출혈이 유발될 수 있으니 적절한 체중관리가 필요합니다.
45세 여성
과거력: 자궁내막증 수술(호르몬 치료 1년), 자궁선근증 진단
불규칙 출혈로 소파수술(43세), 과다출혈로 소파수술(45세, 자궁내막증식증 진단), 이후 다시 출혈
동반증상: 가슴 답답함, 오한, 상열감, 소화불량
2년 전 불규칙한 출혈이 지속되어 소파수술 후 조직검사를 하였으나 별 이상이 없었고, 다시 과다출혈이 발생하여 두 번째 소파술을 하였으며 이번에는 자궁내막증식증으로 진단받았습니다. 6개월간 호르몬치료를 하도록 권유받았으나 이전에 자궁내막증 수술 후 오랫동안 호르몬치료를 했던 경험이 있어서 주저하다가 다시 출혈이 시작되어 한방치료를 선택하였습니다.
불규칙 출혈과 함께 오한, 상열감 등 갱년기 증상이 동반된 상태였습니다.
오랜 출혈로 기혈이 허약해지면 피를 통솔하는 기능에 문제가 생겨 재출혈이 발생하기 쉽습니다. 기운을 보강하여 자궁의 수축력을 강화하는 치료를 먼저하고 출혈이 멈춘 후 진액을 보강하면서 허열을 꺼주는 치료로 갱년기 불균형을 바로잡는 치료를 진행하였습니다.
기초체온을 측정하였고 3개월간 규칙적인 배란성 주기로 회복한 것을 확인하고 치료를 종료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