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현주칼럼8 [움여성한의원 칼럼] 국민 화병의 시대 에 연재하는 '문현주의 여성의학 움이야기' 스물여섯 번째 칼럼입니다. 문현주의 여성의학(26) 국민 화병의 시대치료보다 중요한 것은 ‘화’를 꺼내놓고 돌보는 일 ‘가슴이 답답하다’, ‘돌덩이를 올려놓은 것 같다’, ‘속에서 천불이 난다’고 호소하는 환자들을 진료실에서 흔히 만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은 연세가 지긋하신 어머니들인데요. 진료를 시작하기 전부터 스스로 정확한 진단명, 즉 ‘화병(火病)’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불(火)이 몸과 마음에 병을 일으킨다는 건 과학적 사고로 보면 뜬금없는 이야기지만, 화병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매우 익숙한 질병입니다. 한국인 특유의 문화 증후군, 화병 이처럼 ‘아프다’는 것은 단지 몸의 세포와 조직에 나타나는 이상이나 혈액 속 생화학적 변화뿐 아니라 사회문화.. 2016. 12. 7. 문현주의 여성의학(14) 임신, 출산하지 않는 여성들의 건강 문현주의 여성의학(14)임신, 출산하지 않는 여성들의 건강건강담론에서 소외당하는 여성이 없기를 “임신, 출산이 모든 여자의 생애주기에 들어 있는 건 아니잖아요?” 최근 여성민우회가 삼십 대 여성들이 모여 건강에 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모임을 마련하면서 만든 홍보물 카피입니다. 보는 순간 살짝 뜨끔했습니다. 임신과 출산이 아니더라도 여성의 건강은 그 자체로 소중하다는데 전적으로 동의하면서, ‘그동안 내가 너무 임신, 출산 이야기만 해왔던 게 아닌가’하는 자기반성을 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임신, 출산을 생애주기에 포함시키고 있지 않은 비혼(꼭 해야 하는 결혼을 아직 못한 것이라는 뉘앙스가 있는 ‘미혼’을 대신하는 말), 기혼 여성들의 건강 관리를 위해 중요한 몇 가지를 말씀드리며 마음의 빚을 덜어보려 .. 2015. 12. 9. 문현주의 여성의학(12) 월경을 하는, 혹은 할 수밖에 없는 이유 문현주의 여성의학 (12)월경을 하는, 혹은 할 수밖에 없는 이유“인위적인 중단, 건강 위협 무릅써야” 나에게 월경은 무엇인가요? ‘귀찮지만 숙명 같은 것’, ‘하면 불편해도 안 하면 왠지 걱정스럽고 서운한 것’…···. 최근 영국의 한 일간지는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 인위적으로 월경을 중단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는 기사를 전했습니다. ‘월경 없는 삶’, 아마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꿈꿔봤을 달콤한 상상입니다. 아프리카, 스코틀랜드, 네덜란드 연구에서도 여성의 1/3 정도는 ‘월경은 그냥 3개월에 한 번쯤 하면 좋겠다’고 했고, 29~37%의 여성은 ‘안 하는 게 좋다’고 답했습니다. 여자가 매달 힘들게 월경을 하는 이유 모든 영장류 동물이 월경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출혈을 동반한 주기적인 월경은 .. 2015. 10. 7. [움여성한의원 칼럼]출산의 고통은 출산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문현주의 여성의학 움이야기(8) 출산의 고통은 출산에서만 끝나지 않는다“여성의 산후 건강, 사회가 함께 챙겨야” 출산은 ‘새 생명의 탄생’뿐 아니라 여성이 어머니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입니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송두리째 변하는 일상, 환경, 모성 등의 거대 담론은 뒤로하고 오늘은 출산을 경험하며 여성이 겪는 몸의 변화, 그래서 더욱 중요한 산후조리에 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왜 인간의 출산은 ‘고통’일까?출산의 과정은 아무리 ‘숭고하고 아름다운 것’이라고 미화하더라도 ‘고통’ 그 자체입니다. 온몸의 뼈와 관절이 해체되는 듯한 아픔이지요. 성경에서는 이브가 금지된 선악과를 따먹고 에덴동산에서 쫓겨나면서부터 출산의 고통이 시작되었다고 하는데요. 진화인류학적 관점에서는 500~700만 년 전 인간이 직립보행을 .. 2015. 8. 5. [움여성한의원 칼럼] 생식건강을 위해, 어떻게 일해야 할까? 문현주의 여성의학 움 이야기 (6) 생식건강을 위해, 어떻게 일해야 할까?“자연 리듬에 맞춘 적절한 노동환경을” 동이 트자마자 두 자매가 먼 길을 나섭니다. 커다란 바구니를 들고, 젖먹이 아이는 옆구리에 꼭 매달았습니다. 한 시간 반을 걸어 들판에 도착한 여인들은 콩과 나물, 나무뿌리를 바구니에 담고, 덩굴에서 딸기를 따고 나무의 수액을 채집합니다. 바구니에 수확물이 가득 차자, 오늘의 노동을 끝내고 나무그늘 아래에서 아이에게 젖을 물리며 휴식을 취합니다. 한쪽에는 먹거리가 가득한 바구니를, 한쪽에는 젖먹이 아이를 매고 해가 지기 전에 서둘러 마을로 돌아갑니다. 여성의 몸과 맞지 않는 지금의 노동 환경 인류학자 이튼(Eaton) 등이 아프리카 !쿵(!Kung) 족의 일상을 관찰하며 쓴 현장 기록의 일부입.. 2015. 7. 8. [문현주의 여성의학(5)] 생식건강 돕는 석기시대 다이어트 생식건강 돕는 석기시대 다이어트“건강한 환경에서 자란 육류를, 완전 채식은 주의해야” 헬스데이뉴스 문현주 칼럼 2015.6.23원문 기사 보기 ‘당신이 먹는 것이 바로 당신(You are what you eat)’이라는 말처럼 매일 먹는 음식은 몸을 건강하게 회복하고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임신을 준비하는 여성들이 바른 먹거리부터 챙기는 것은 그래서 일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어떻게 먹는게 잘먹는 걸까요? 이번에도 진화의 역사에서 조상들의 지혜를 빌려보겠습니다. 성공적인 재생산을 목표로 진화해온 여성들이 가장 오랫동안 적응해온 음식이 바로 생식건강에도 좋은 식단일테니까요. 원시 조상들은 고기를 훨씬 많이 먹었는데 더 건강했다? ‘석기시대 다이어트’의 대표적인 특징은 풍부한 육류 섭취입니다. .. 2015. 6. 24. [문현주의 여성의학 칼럼] “생식의 도구, 그 이상의 자궁” (움여성한의원) 여자는 육장육부다? 움(womb)은 영어로 ‘자궁’을 뜻합니다. 생명이 처음 ‘움트는’ 공간이며, 여성건강의 핵심이지요. ‘남성에게 오장육부가 있다면, 여성에게는 육장육부가 있다’고 할 만큼 자궁을 빼놓고는 여성건강을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자궁을 바라보는 시선이 그리 곱지만은 않았습니다. 정신질환인 히스테리가 자궁을 뜻하는 그리스어 ‘hyster’에서 시작된 것만 해도 그렇습니다.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는 히스테리를 ‘자궁에 의해 생겨난 질식’으로 자궁이 온몸을 떠돌면서 일으키는 정신질환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비교해 한의학에서 자궁을 ‘궁전(宮殿)’이라고 부르는 것은 자궁의 소중함을 강조한 긍정적이고 진일보한 표현입니다. 성 차이 고려한 의학이 여성 치료 기준 되어야오랜 기간 .. 2015. 4. 30. [칼럼]건강, 의료에만 의존할 수 없는 이유 건강, 의료에만 의존할 수 없는 이유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넘어 “사회적 건강”을 생각해야할 때 무엇이 진짜 ‘건강한’ 것일까 우리 모두는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기를 소망합니다. 신문, 잡지, 인터넷에는 몸에 좋은 음식 소개가 빠지지 않고 누구나 건강을 위해 건강보조식품 한 가지쯤은 챙겨 먹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의료기술이 쏟아져 나오며 지하철을 타도, 버스를 타도, 심지어는 엘리베이터를 타도 ‘건강해질 수 있다’고, ‘예뻐질 수 있다’고 소개하는 병원 광고들이 넘쳐납니다. 그런데 얼마 전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의 보건의료비 지출 증가율이 OECD 평균 증가율의 2배에 달한다고 합니다. 왜 유독 한국 사람들은 병원에 자주 가는 걸까요? 타고 난 체력이 다른 민.. 2012. 6. 2.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