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하자면 전 세상을 참 '무난'하게 살았습니다.
그냥 공부하고, 대학가고, 졸업하고, 일하는 엄마로, 한의사로 살고 있습니다.
대학 다닐때도 그랬습니다.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운동'이 뭔지도 모르며 그렇게.
<소금 꽃 나무>
이 책을 읽으며 처음으로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누려온 이 무난함, 평안함과 안락함이 사실은 누군가의 땀과 노동, 수고와 고통의 결과였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되었다니요.
내 주위에 수많았을 그들의 신산한 삶을 이제서야 놀라움으로 만나게 되었다니요.
지독한 가난을 온 몸으로 겪으며, 차마 사실이라고 믿기조차 어려운 치욕적인 여성노동자의 삶을 견디며,
서슬퍼런 군사정권의 탄압에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되면서도
함께 하는 사람들에 대한 믿음과 연대, 따뜻함을 결코 놓지 못하는 한 여성의 이야기입니다.
한평도 채 되지 않는 35m 높이 크레인에서
차가운 겨울을 보내고, 뜨거운 여름을 맞고 있는
200일이 넘게 '정리해고'를 반대하며 농성중인 김진숙 지도위원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어쩌면
전체 여성노동자 열 명중 일곱은 비정규직 노동자라는 현실을 볼 때
그의 이야기, 그의 싸움은 바로 우리, 우리 가족, 우리 아이들을 대신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때로는 회피하고 싶은 아픔일지라도
현실을 직면하는 것은 나의 '경계'를 확장시키고 그만큼 성장하는데 꼭 필요한 일입니다.
그래서 이 책이 참 고맙습니다.
그리고, 지난 주말 부산 영도에 다녀왔습니다.
갠지즈 강도 아니고..^^
어렵게 어렵게 전국에 모인 수천명의 사람들이 잠시 바닷가에 고단한 몸을 누이고 새벽을 맞고 있습니다.
그들이 모인 것은 어느 한 사람의 '희망'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더 나은 삶에 대한 '희망'일 겁니다.
그 희망을 생각하며
오늘, 팔 월의 첫 아침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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