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갱년기, 호르몬제가 만능은 아니다"
글 움여성한의원 문현주 원장
최근 갱년기 증상에 호르몬요법을 권장하는 새로운 치료 지침이 발표되었다는 기사를 접했습니다. "폐경기 주요 증상 완화 호르몬제가 가장 효과적"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는 호르몬치료의 장점만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과연 호르몬제 사용이 만능일까요?
폐경기 호르몬요법에 대한 논란은 오래되었습니다. 한때 젊음을 가져다주는 '마법의 묘약'처럼 여겨졌던 여성호르몬제가 부작용이 많다는 연구보고들이 나오면서 부터지요. 이에 대하여 미국 국립보건원에서는 50세에서 79세 사이의 16,608명 폐경후기 여성을 대상으로 폐경기 호르몬대체요법이 여성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살피는 대규모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이 연구는 원래 1993년과 1998년 사이에 시작하여 2005년까지 8년간 예정되었으며, 2002년 국립보건원은 임상시험의 중간결과를 발표하였습니다.
그 결과 에스트로겐-프로제스틴 복합호르몬요법을 받았던 여성들이 그렇지 않은 여성들에 비해 유방암의 발생위험률이 현저하게 높아져 국립보건원은 임상시험을 3년 앞당겨 중단하였으며 모든 연구 대상자들에게 더 이상 호르몬제를 복용하지 말도록 권고하였습니다.
사실, 호르몬치료가 유방암, 자궁암의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은 이 연구 이전에도 별다른 이견이 없었습니다.
이 연구가 의학계에 준 충격은 호르몬치료가 심장의 관상 질환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결과 때문입니다.
이전에는 호르몬제 복용이 자궁암과 유방암의 위험을 높이더라도 이는 조기진단을 통해 예방하면 되지만, 생명과 직결되는 심장병을 예방하기 때문에 건강에 이익이 훨씬 크다는 주장이었는데 이 연구에서 그 반대의 결과가 나오면서 호르몬요법의 이득보다 위험이 커진것입니다(참고논문: Women's Health Initiative Investigators. Risk and Benefits of Estrogen plus Progestin in healthy postmenopausal women. JAMA). 이 연구 이후 폐경기 호르몬요법에 대한 논란은 일단락되었고, 실제로 폐경 이후 호르몬제를 장기복용하는 경우는 급격히 줄었습니다.
물론, 호르몬제는 갱년기, 완경 이후 에스트로겐 부족으로 인한 안면홍조, 상열감, 질건조증 등의 증상개선에는 효과적입니다. 그러나 득과 실을 잘 따져 호르몬치료 여부를 신중히 결정해야합니다.
갱년기 증상하면 흔히 열이 얼굴로 많이 올라오는 상열감을 생각하지만, 사실 인종마다 나타나는 갱년기 증상은 매우 다릅니다. 일본의 갱년기 여성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의료인류학자 Lock 박사의 책 <Encounters with aging>에 의하면 동양여성들은 상열감보다는 오히려 몸이 여기저기 쑤시는 통증, 피로감, 무기력 등을 갱년기의 주증상으로 많이 호소합니다.
한의학의 갱년기 치료도 이러한 개별성을 중시합니다. 근본원인은 '호르몬부족'이라고 하더라도 개인의 체질이나 기혈의 성쇠, 각자가 가지고 있는 오장육부의 허실에 따라 나타나는 갱년기 증상도 다르고 증상의 정도도 천차만별입니다. 특히, 한국여성은 '화병'이라는 독특한 문화적 질병을 가지고 있는데, 갱년기 치료에서 이 울체된 기를 풀어주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갱년기를 건강하게 지내는 것은 삶의 질을 높이고 건강한 노후를 보내는데 매우 중요합니다. 건강한 식단과 적절한 운동, 더불어 전신의 건강을 살피는 치료와 관리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갱년기 한의원, 갱년기 증상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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