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노동'이라는 말이 조심스러워졌습니다. 강하고 불손하고, 빨갛고…. 뭐 이렇게 호도되면서요.
그렇지만 우리는 모두 임금노동이든, 가사노동이든, 육체노동이든, 정신노동이든 매일 노동을 하며, 또 누군가의 노동에 기대어 살아갑니다.
상점에 가득한 물건들, 클릭 한 번으로 구입할 수 있는 인터넷 쇼핑물의 상품들도 모두 노동의 산물입니다.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은사자상을 받은 영화 <위로공단>은 여성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입니다.
가난하지만 일하면서 공부도 할 수 있다는 얘기에 어린 나이에 서울로 올라와 공단 노동자로 일했던 여성들, 열심히 일하지만 늘 가난한 비정규직 여성들, 젊은 나이에 불치병에 걸린 반도체 여성 노동자들, 과로와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비행기 승무원, 콜센터 직원들….
'구로공단'이 '가산디지털단지'가 되었지만 그리 달라지지 않은 여성 노동자들의 고단함을 담고 있습니다. 한 달 임금을 모아도 사기 어려운 옷을 만들고 있는 캄보디아 여성노동자의 이야기도요.
영화는 다큐멘터리지만 회화적 요소를 많이 담고 있어 화면이 참 아름답습니다. 영화에서는 두 눈을 가리고 숲을 지나는 여성들의 모습이 여러 장면 나옵니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막막함이 있지만, 손을 꼭 잡아주는 동료가 있기에 그 길을 갈 수 있었겠지요.
이 영화는 단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감시와 통제, 차별 속에 일했던 어머니들의 일터를 이제 동시대의 여성들이 메꾸고 있고, 곧 우리 딸들의 자리가 될 것입니다. 우리의 이야기로 <위로공단>을 보고 손잡는다면 여성들의 일터가 좀 더 나아지고 행복해지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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