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생일
한겨울 시작한 코로나 19의 유행이 벌써 석 달째입니다,
마스크를 챙기고 끊임없이 손을 씻고 동선을 최소화하며 아직도 마음은 차가운 겨울 언저리에 있는 거 같은데 어김없이 봄은 왔습니다.
두꺼운 외투는 한쪽 구석으로 밀려났고 출퇴근 길 순서대로 피고 지는 개나리, 벚꽃, 철쭉을 보며 봄의 절정을 느낍니다.
그리고 어느새 4월입니다. 6년이 지난 4월 16일이 낼모레입니다.
얼마 전 극장도 못 가는데 집에서 영화나 보자고 영화 스트리밍 사이트에 접속했습니다.
<두교황>과 <결혼이야기>를 볼 예정이었죠. 그런데 갑자기 영화 <생일>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작년에 개봉했지만 차마 보지 못했던 영화였습니다.
세월호 사고로 떠난 단원고 학생들의 생일에 가족과 친구들이 모여 떠난 이를 기억하는 모임을 하고 그 자리에서 시인들이 생일의 주인공을 기리는 시를 낭독한다는 이야기는 들었었고요. 생일 시를 묶은 <엄마, 나야>라는 시집을 구입해 읽기도 했지만 차마 영화를 볼 자신은, 슬픔을 견뎌낼 자신은 없었거든요.
그런데 다른 어떤 영화보다도 <생일>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볼 준비가 조금은 된 거 같기도 했고요.
영화 <생일>은 세월호 사고로 아들을 잃은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며 사고 직후의 충격을 지나 일상으로 복귀했지만 슬픔과 분노를 꾹꾹 눌러놓은 채 돌아간 일상은 예전과 같을 수 없습니다.
보고 싶고 그립고 여전히 곁에 있는 거 같고 믿어지지 않고 차마 말로 꺼내놓을 수 없는 슬픔과 안타까움.
영화는 과장하지 않고 극적인 순간을 내세우지 않습니다. 혀를 깨물며 참혹한 아픔을 담담하게 풀어낼 뿐이지요.
전도연이어서 가능한 연기였을지 모릅니다. 영화를 보며 엉엉 울면서도 전도연의 연기에 정말 감탄했습니다.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니지만 늦게라도 보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세월호 이전과 이후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어쩌면 그때의 반성과 교훈, 힘으로 코로나 시대를 그럭저럭 넘고 있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감당할 수 없는 슬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상처투성이로 진실을 쫓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위로와 응원을 보내며,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이면서 최선인 '잊지 않겠다'라는 다짐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