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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시선으로부터,

움이야기 2021. 4. 19. 19:01


책을 읽으며 맨 앞 장에 나와 있는 <가계도>를 여러 번 들춰봐야 했습니다.
심시선 여사의 10주기를 기념하여 하와이로 떠난 가족들 이야긴데요. 가족 구성이 좀 복잡했기 때문이지요.
두 번의 결혼, 삼녀일남 사남매의 성은 셋, 독일과 말레이반도와 한국의 피가 섞이거나 피 한 방울 안 섞였지만 어쨌든 가족인 자녀와 손주 열둘이 어머니/할머니가 젊은 날을 보낸 하와이에서 단 한 번의 특별한 제사를 준비합니다.
일주일 동안 각자의 방식으로 하와이를 즐기면서 '심시선 여사가 좋아했을 것 같은 가장 멋진 기억을 가져와 제사상에 올리기'가 미션이었지요.

가족들은 어머니/할머니와의 추억을 돌아보며 특별한 제수품을 찾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마주하고 있는 여러 질문과 대면합니다.
상처와 나약함, 꿈과 불안정한 미래...
팬케이크, 도넛, 로컬 커피, 레후아 꽃, 무지개, 새의 깃털, 서핑을 하며 탔던 가장 멋진 파도의 거품, 할머니의 이름을 붙인 산호를 바다에 심었다는 증명서, 그리고 훌라춤까지 멋진 제사상이 차려졌는데요.
최고의 선물은 각자의 질문에 대답을 찾을 수 있었던 힘이 모두 어머니/할머니 '시선으로부터' 전해진 따뜻한 연대라는 깨달음이었습니다.

앉은 자리에서 다 읽고 권해주고 싶은 사람이 줄줄이 생각나 '빙고!'를 외친 오랜만에 만난 보물 같은 책이었습니다.
'영화로 만들어져도 너무 좋겠다' 생각했는데요. 심시선 여사 역은 누가 봐도 딱 '윤여정 배우' 맞춤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