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그럴수록 산책
취미 난에 '독서'와 '산책'을 쓰는 건 영 폼이 안 나지만 코로나 시절에 이보다 더 좋은 취미가 몇이나 있을까 싶습니다.
운동은 이런저런 핑계로 잘 안 하지만 걷기와 산책은 좋아해서 올레길, 둘레길, 히말라야 트레킹 등 열심히 다니곤 했지요.
낯선 동네, 골목길 산책도 좋아하는데 요즘은 강아지와 함께 하는 소소한 동네 산책이 대부분이라 조금 아쉽긴 합니다.
달리기나 빠르게 걷기, 자전거 타기에 비해 느리게 걷는 산책이 얼마나 운동이 될까 싶지만 천천히 걷다 보면 불안으로 흔들리던 심장의 속도가 뚜벅뚜벅 발걸음에 맞춰지고 복잡했던 머리가 맑아지면서 몸과 마음이 평화롭게 작동하는 느낌이 듭니다.
조금 더 걷다 보면 주변이 보이기 시작하는데요. 얼었던 땅을 뚫고 나온 새싹, 각자의 호시절을 자랑하는 화려한 꽃들, 겸손히 떨어지는 낙엽을 만나고, 바쁘게 움직이는 풀벌레와 새들에게도 인사를 건네게 됩니다.
그렇게 산책하고 나면 '인생 뭐 있어'하는 여유로운 맘이 들곤 하지요.
<그럴수록 산책>의 도대체 작가님도 그렇게 이야기합니다.
걷고 걷다 보면 오늘의 내가 너무 싫다가도 모레쯤의 나는 좀 괜찮아질 거 같은 마음이 든다고요.
산책길에서 만난 여러 이야기를 예쁜 만화와 글로 담아낸 책입니다.
따뜻하고 재치 있는 작가의 시선을 따라 책을 읽고 나면 신기하게도 마치 산책하고 난 다음 같은 여유와 삶의 긍정이 찾아옵니다.
산책이랑 친구 하길 잘했다는 생각, 평생 친구 해야겠다는 뜬금없는 비장한 마음도 생기고요.
마음이 힘들 때, 우울할 때, 복잡할 때, '그럴수록 산책'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