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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새해 인사] 다정한 조언자로 지속 가능한 진료를

움이야기 2022. 1. 3. 10:43

다정한 조언자로, 지속 가능한 진료를

 

 

 

새해를 맞는 마음에는 늘 솜털 같이 부푼 희망과 기대가 섞여 있습니다. 되면 좋지만 꿈꾸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은 가벼움이지요. 그런데 올해는 약간 각 잡고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고 그만큼의 미래를 계획해 보려 합니다. 움여성한의원이 이제 스무 살, 성인이 되었거든요.

 

‘여성의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건강을 위하여’

2003년 한의원을 시작하며 내걸었던 목표입니다. 패기와 열정 넘쳤던 젊은 한의사의 거창한 꿈이었지요. 돌아보면 구체적인 실천이 쉽지 않은 거대 담론이지만, 그래도 매 순간 지향만은 놓지 않으려 애썼습니다. 진료실에서 환자들을 치료하며 건강을 도왔고 논문과 책, 글과 강연으로공부해서 남 주려는 노력도 꾸준히 했습니다. 사회적 환경과 건강의 관련성을 살피는 영국에서의 의료인류학 공부도 목표를 향한 작은 실천이었습니다.

 

여성 건강을 돕는 사회적 지원을 강화하자는 주장을 많이 했었는데요. 난임 시술비 건강보험 급여화, 지자체의 한의약 난임치료 지원사업, 임신 중, 출산유산 후 치료를 지원하는 국민행복카드, 생리통 첩약의료보험 시범사업 등 여성의 생애 주기 건강을 지원하는 공공의료가 많이 확대된 것을 보면 세월의 힘을 느낍니다. 물론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아 있지만요.

 

스무 살 성인이 되어 앞으로 어떤 진료를 하고 싶은지, 무얼 잘할 수 있을지 이십 년 전 그때처럼 스스로 다시 묻습니다. 곰곰이 생각한 끝에 떠오른 말은다정한 조언자지속 가능한 진료입니다.

 

그동안 진료실에서 많은 여성을 만났지요. 아이를 갖고 싶어 고민하던 이들은 저랑 같이 나이 들며 갱년기를 지나고 있고, 태어난 딸들은 초경을 하고 생리통을 겪고 있네요. 그들에게, 또한 새로운 환자분들께 초경에서 완경, 노후까지 건강에 고민이 생길 때마다 편안히 묻고 도와줄 수 있는 다정한 조언자가 되고 싶습니다. 수천 년의 한의학적 지혜와 최신 논문으로 발표되는 서양 의학적 지식을 업데이트하면서요.

 

또한 앞으로 얼마가 될지 모르지만, 가급적 오래 여러분 곁에서 지속 가능한 진료를 하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 올해 3월경부터는 새로운 공간에서 진료를 시작할 예정이에요. 멀리 안 가요. 바로 뒤 건물 2, 작지만 우리 집이니 아마 그곳에서 은퇴할 때까지 쭉 진료할 듯해요. 가끔 하루 이틀 여행도 하고 쉬엄쉬엄 진료할지도 몰라요. 게으름이 아니라 오래, 할머니 한의사가 되어서도 여러분 곁에 있기 위한 충전이라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새해 건강하시고 원하시는 모든 소원 이루시길 기원합니다.

마스크 없이 만날 수 있는 날도 얼른 오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