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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 다이어리

모두 건강하고 행복한 한 해 보내시길

by 움이야기 2018. 1. 2.





천천히 가더라도

방향을 잃지 않는 한 해가 되기를



2018년 새 달력을 곱게 펴서 책상 위에 세우고 다이어리 두 권을 준비해 서랍 속에 넣었습니다하나는 가족과 친구의 생일이나 중요한 일정 그리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적어 두는 스케줄러고 또 한 권은 일상을 되돌아보며 기록하는 일기장이지요

계획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걸 아는 나이가 되었고 그 날이 그 날 같은 비슷한 일상을 기록하는 일이 무료하기도 하지만 무엇이든 그려볼 수 있는 새하얀 백지는 새해가 선물하는 설레는 특권입니다미래를 계획하고 과거를 기록하며 달력 속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아가기이 정도면 새해 준비 든든합니다.

 

지난 해 사회적으로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크고 작은 여러 이슈 속에서 저는 독성물질이 함유되어 있는 일회용 생리대문제와 낙태죄 폐지를 위한 청원을 특별히 기억합니다여성의 몸과 건강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여성이 살아가고 있는 사회/문화/생물학적 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오래 전부터 강조했었는데 비로소 여성 당사자가 경험을 드러내고 목소리를 모으면서 사회적 발언으로 힘을 갖게 되어 반갑습니다

이렇게 제기한 문제가 새해에는 실질적 변화로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월경으로 대표되는 여성 건강이 더 이상 개인적이고 사소하고 은밀한 문제가 아니라 국민 보건의 중요한 의제가 되어 여성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월경하고 건강한 사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임신 중단이라는 어려운 결정에 불법이라는 딱지를 붙여 위험한 시술을 무릅쓰게 할 것이 아니라 온전한 몸과 마음의 회복을 돕는 환경을 만들면 좋겠습니다<82년생 김지영>의 막막함이 조금 더 균열 나고 그 틈새로 희망의 빛 비치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목표를 향한 전력질주 대신 나를 돌보고 주변을 살피며 힘 빼고 느슨히 걷고 싶습니다

천천히 가더라도 방향을 잃지 않는 평화로운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거창한 그림을 그리지 않아도 괜찮습니다모두 건강하고 행복한 한 해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움여성한의원 원장 문현주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