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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by 움이야기 2018. 1. 4.

[책 이야기]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7년 전쯤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 버킷리스트를 써본 적이 있습니다.


열 가지 리스트 중에는 '산티아고 걷기',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가기' 같은 평소 꿈꾸던 거창한 여행 계획도 있었고 '꼭꼭 씹어 밥 한 끼 먹는 여유 갖기', '늦게까지 놀고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푹 잔 후 개운하게 일어나기' 같은 당장이라도 하면 되는 사소한 일도 있었습니다. '유럽의 작은 도시에서 2년간 안식년 갖기', '여성을 위한 책 쓰기'는 그 후 이룬 버킷리스트이지요.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의 주인공도 갑작스럽게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고 자신의 버킷리스트를 생각해 보았는데요. 모두 죽음 앞에서는 하찮은 것투성입니다. 이때 악마가 나타나 세상에서 한 가지가 사라지는 것을 허락할 때마다 하루의 생을 연장해 주겠다는 달콤한 제안을 하지요. 전화, 시계, 영화, 고양이···. 목숨보다 소중한 것은 없어 보이지만 비로소 주인공은 늘 곁에 있던 것들의 가치를 생각하게 됩니다.


시계가 없는 세상을 상상해 보셨나요? 예전에 우리 조상은 해 뜨면 일어나고 해가 지면 자는 생활을 했었습니다. 월요병도 없었을 테고 '시간은 금'이라며 분초 단위로 헉헉대며 살지 않아도 되니 좀 불편은 해도 꼭 나빠 보이지는 않습니다. 휴대폰은 또 어떻고요. 막상 급하게 받을 연락도 없으면서 잠시라도 곁에 없으면 불안이 이루 말할 수 없죠. 편해지자고 개발한 것들에 오히려 인간이 묶여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화려하고 비싸고 남들 보기에 근사하지 않아도 내게 의미 있고 이야기를 건네는 것이 소중합니다. 책장 속 빛바랜 책, 낡은 사진첩, 겨울을 견디고 싹틔운 새싹, 향긋한 모닝커피 한 잔, 내 옆에 기대 잠든 강아지, 가족, 그리고 친구.


2018년 첫 책으로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을 읽었습니다.


소소해 보이지만 나에게는 특별한 것들의 소중한 가치를 생각하며 올 한해는 지금, 여기에서 행복한 일상을 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