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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 다이어리

[책 이야기] 고백, 손짓, 연결

by 움이야기 2018. 8. 4.

[책 이야기] 고백, 손짓, 연결





'만화'하면 제게는 <공포의 외인구단>이 떠오릅니다.


어린 시절, 좁은 골방에 배 깔고 누워 만화책을 순서대로 쌓아놓고 한 권씩 빼 읽으며 외인구단이 펼치는 이변과 승부에 가슴 졸이고 까치와 엄지의 사랑 이야기에 설레던 추억이 있습니다. [소년중앙]에 연재되었던 <로봇찌빠>, <꺼벙이> 같은 만화를 보며 낄낄거리고 몇 편의 스포츠 만화-주로 이현세나 허영만의-를 봤던 기억은 있지만 대단한 만화광은 아니었습니다. 만화방에 다니지도 않았고 그 당시 인기를 끌었던 <올훼스의 창> 같은 장편 순정만화에 입문조차 못 했으니까요. 나이가 들면서 만화랑은 더 멀어져서 요즘은 웹툰이 대세라는데 제목을 아는 웹툰조차 몇 편 없네요. 만화에 별 관심도 없으면서 이번 여름 휴가에 읽을 책으로 소위 '만화 평론집'이라는 <고백, 손짓, 연결>을 고른 것은 '가혹한 세상 속 만화가 건네는 위로'라는 부제 때문이었습니다. 아마도 휴식, 위로가 필요했나 봅니다.


이 책에는 제대로 읽어보지는 않았어도 한 번쯤 들어봤을 <슬램덩크>, <미생> 같은 레전드 만화에서 웹툰에 이르기까지 22편의 만화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만화를 읽지 않았다 하더라도 책을 읽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만화를 매개로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가혹한 세상'이라 느껴지는 삶의 순간순간 작가가 느꼈던 위로와 희망, 지혜와 통찰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긍정적 에너지를 고스란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으니까요. 1장 '고백하다'에서 김민섭 작가는 힘들고 어려웠던, 조금은 부끄럽고 찌질해 보일 수 있는 개인의 이야기를 솔직히 드러내고 있는데요. 결국은 평범한 나, 우리의 이야기와 맞닿아 있어 마음을 열고 공감하게 됩니다. 2장 '손짓하다'에서는 개인을 넘어서 사회를 보자고, 그리고 이 '가혹한 세상'을 넘어서는 힘은 결국 '연대'에서 나온다고 3장 '연결하다'에서 이야기합니다.


책을 읽으며 제대로 휴식했습니다. 위로받고 힘을 얻었고요.

이 책에 나오는 22편의 만화도 언제 한번 여유롭게 읽어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