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유산 후 자연 임신 vs. 시험관시술
반복유산 극복에 착상 전 유전자 검사 후 시험관시술이 유리할까?
초기 유산이라고 하더라도 유산은 호르몬의 급격한 변화와 함께 '상실(loss)'을 동반합니다.
'어쩌다 한 번 유산'은 몸과 마음을 추스려 넘어가더라도 유산을 반복하면 '또 유산이 되면 어떻게 하지' 하는 불안이 커지죠. 원인을 찾아 바로 잡고 다음 임신을 대비하고 싶어지는 마음, 당연합니다.
하지만 반복유산의 50% 이상은 아무 이상이 없는 '원인불명'이죠.
원인불명 유산에서는 '수정란의 염색체 이상'을 가장 유력하게 의심합니다.
부모 염색체에는 이상이 없지만 정자와 난자가 결합해 수정란을 형성할 때 엄마, 아빠 염색체가 하나씩, 즉 두 개의 염색체가 쌍을 이뤄야하는데 가끔 세 개가 짝을 이루거나 하나만 달랑 남아 염색체 수에 이상이 생기는 염색체 이수성(aneuploidy)이 발생하는데 전체 유산의 50-70% 정도가 수정란의 염색체 이수성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수정란의 염색체 검사를 미리 해서 정상 염색체를 가진 수정란만 이식한다면 유산의 상당 부분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제시된 반복유산 치료법이 '착상전 유전자 검사(preimplantation genetic screening: PGS)를 동반한 시험관 시술(IVF)'입니다.
이론적으로는 그럴듯하고 실제 반복유산 후 자연임신 대신 PGS-IVF를 권유받은 경우를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PGS-IVF는 과연 유산을 방지하고 건강한 아이를 출산하는데 도움이 될까요? 임신까지 가는 기간을 단축할 수 있을까요?
2015년 스탠포드 대학 연구팀은 기존에 나와 있던 논문 자료를 재분석하여 원인불명 반복유산에서 PGS-IVF는 자연임신 보다 비용은 100배 가량 높고(미국 기준) 생존아 출산율은 오히려 낮은(40% vs. 55%) '고비용 저효율'이라는 결과를 발표하였습니다.
이 후 연구팀은 연구 대상을 '2회 이상의 임상적 유산(태낭을 확인한 후 유산)'으로 균일화하고, 기존 데이터를 재분석하는 대신 두 곳의 대학병원에서 직접 연구를 실시하여 그 결과를 후속 논문으로 발표하였습니다.
두 번 이상의 유산을 반복한 여성들을 본인의 희망에 따라 PGS-IVF 그룹과 자연임신(expectant management) 그룹으로 나누었습니다.
PGT-IVF 그룹을 희망한 그룹에서는 198건의 시험관 시술이 이루어졌으며 이 중 158건은 착상 전 유전자 검사 완료 후 수정란 이식을 하였고, 40건은 착상 전 유전자 검사를 의도했으나 유전자 검사를 할 수 있는 5일 배양 수정란이 만들어지지 않아 부득이 유전자 검사 없이 수정란 이식을 하였습니다.
자연임신 그룹은 6개월간의 자연임신 시도를 1건으로 간주하여 총 202건이 대조군에 포함되었습니다.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생존아 출산율(LB rate)은 치료군 32%, 대조군(자연임신 군) 34%로 두 그룹 사이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임상적 유산율(CM rate)은 치료군 20%, 대조군(자연임신 군) 24%로 두 그룹 사이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임신까지 걸린 기간은 치료군 6.5개월, 대조군(자연임신 군) 3개월로 자연임신 그룹이 짧았습니다
비용을 고려하지 않고 결과만을 본다 해도 아직 '착상 전 유전자 검사를 동반한 시험관 시술'이 반복유산의 치료법이 되기는 어렵다는 것이 논문의 결론입니다.
미국 생식의학회(American Society for Reproductive Medicine)에서는 여전히 반복유산 환자에게 '기대요법(자연임신)'을 가이드라인으로 권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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