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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 다이어리

"익숙함과 노련함 속에서 즐거움을 찾아"

by 움이야기 2020. 1. 2.

 

"익숙함과 노련함 속에서 즐거움을 찾아"


대학 졸업 20년 만에 처음으로 여자 동기들을 만났습니다. 초등학교 때 친구가 30년 만에 연락을 해왔고 열다섯에 독서실에서 만나 속닥속닥 우정을 나누던 친구와 다시 만나 회포를 풀었습니다. 모두 작년에 일어난 일이네요. 사는 게 바쁘다고 주변을 챙기지 못했고, 문득 생각나고 그리웠어도 쭈뼛하다 그냥 마음속에 담아놓기 일쑤였는데 ‘이에 우리도 나이를 먹었구나’ 싶었습니다.

맞아요. 이제 저도 갱년기에요. 몸이 달라지기 시작했고 마음도 사춘기 때처럼 말랑, 예민해진 거 같고요.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처음에는 당황스럽기도 했지요. 갱년기 관련 논문도 찾아 읽고 나를 위한 한약을 처방하고 식이요법을 하면서 완경이행기의 첫해를 무사히 지냈습니다. 난임 치료를 했던 초기 환자분들이 이제 갱년기가 되어 오셨고, 진료실에서 동지 의식을 느끼며 의기투합하기도 했습니다.

새해 인사에 갱년기 고백이라니 좀 뜬금없지만 움여성한의원 18년 차를 맞으며 한의원 나이는 어디쯤 와있을까 생각해봅니다. 사람은 평균 수명의 삼 분의 이 지점에서 갱년기를 맞는데요. 앞으로 십여 년쯤 진료를 더 한다면 대략 비슷할 거 같고요. 처음 일이 년에 급성장해서 천천히 노화한다는 개의 방식처럼 한의원도 단순 숫자 계산이 아니라 별도의 계산법을 사용해야 할 수도 있지요.

아무튼 갱년기라고 해도 별로 나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갱년기는 쇠락의 시기가 아니라 ‘다시 갱(更)’, 즉 다시 시작하는 시기니까요. 그것도 오랜 경험과 연륜을 바탕으로 성숙하고 무르익는 때지요. 거기에 새로움을 더하면 금상첨화입니다. 똑같은 일상이라 하더라도 어제의 바람과 오늘의 바람이 다르듯 설렘으로 마주한다면 익숙함과 노련함 속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습니다.

2020년 새해, 몸과 마음이 건강한 한 해 되시길 바랍니다.
저도 그동안 쌓아온 지식과 경험, 연륜에 끊임없는 공부와 새로운 마음가짐을 더해 최선의 자세로 환자분들과 진료실에서 만나겠습니다. 

 

 

움여성한의원 수유본원 문현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