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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 다이어리

[책이야기] 면역에 관하여

by 움이야기 2020. 4. 22.

"면역은 우리가 공동으로 가꾸는 정원"

 

 


이 책을 처음 읽은 건 3년 전쯤입니다.
'맞아. 그렇지' 하며 책 내용에 동의하면서도 왠지 모를 불편한 마음에 책장 한구석에 책을 꽂아두었던 기억이 납니다.
백신에 대해 탐탁지 않아 하던 제 마음이 흔들리면서 복잡한 감정이 나타났던 것도 같고요.

그리고 2020년,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대유행 시기에 다시 이 책을 꺼내 읽었습니다.
낯선 전염병의 출현에 전 세계는 우왕좌왕 어쩔 줄 몰라하고, 이제 유일한 바람은 백신 개발이라는데요.
나의 건강을 위해 그리고 공동체의 건강을 위해 우리는 또 결정을 해야 하니까요. 백신, 맞을 것인가 말 것인가.

제가 백신에 대해 기꺼운 마음을 갖지 않았던 이유는 이 책의 저자 율라 비스와 같은 이유에서였습니다.
'어머니가 된다는 건 전혀 다른 세상으로 건너오는 경험'이었고, '아무것도 겁날 게 없던 세상에서 모든 게 다 겁나는 세상으로,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아이를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겠다고 다짐'하면서 백신에 대한 수많은 정보 속에서 아이를 대신해 결정을 내려야 했었지요. 필수접종의 종류는 자꾸 늘어가고 그 밖에도 수많은 새로운 백신을 권유받았으며 백신 부작용에 대한 여러 소문은 고민을 더 했습니다.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전염병은 '위생이 불량한 특정 취약 계층의 병'이라는 편견이 있었고, 상대적으로 영양이 좋고 건강한 백인/중산층 이상은 걸려도 가볍게 넘어가고 자연 면역을 획득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백신 접종을 소홀히 했습니다. 부자들의 예방 접종률이 낮다는 통계도 이런 맥락입니다. 사라진 줄 알았던 홍역이 2008년 미국 디즈니랜드를 중심으로 다시 유행했는데요. 발단은 해외여행 중 홍역에 감염된 미접종자였습니다. '나(내 아이)는 건강하니까'라는 자만, 또는 '걸린다고 하더라도 생명에 지장은 없을 테니까'라는 오만이 나와 내 아이의 건강뿐 아니라 공동체의 건강을 위협한 실제 사례입니다.

코로나-19시대에 우리는 많은 걸 경험하며 느끼고 있습니다.
특히 나 혼자 건강한 거로 유행병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톡톡히 배우고 있죠.
혹시라도 코로나에 걸렸을 때 내가 아픈 것보다 주변에 피해를 주지 않을까 걱정하고요.
이렇게 우리는 서로가 서로의 방어막이 되고 면역이 된다는 사실, '서로의 몸에 빚지고' 있다는 사실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나의 면역력을 키우는 것 못지않게 다른 이의 건강을 살피고 도울 때 유행병을 안정시킬 수 있습니다.

'면역은 우리가 공동으로 가꾸는 정원'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