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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 다이어리

[책이야기] 건강하게 나이 든다는 것

by 움이야기 2021. 3. 15.

 

 

매일 진료실에서 건강을 돌보는 일을 하지만 막상 '나'의 건강에 대해선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어쩌면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만큼 무탈했다는 얘기니, 감사할 일이지요.
그런데 갱년기를 지나면서 여기저기서 몸이 삐끗거리는 소리가 나네요.
추나 치료도 받고 침도 맞고 한약도 챙겨 먹지만 매일의 생활 속에서 건강해지는 습관이 더 중요하겠다는 생각으로, 혹시 책 속에서 '건강하게 나이 드는 비법'이라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로 책을 골랐습니다.

과학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600여 건의 관련 논문을 분석하고 전문가들을 인터뷰하며, 때로는 본인이 직접 실험대상이 되어 건강한 노년을 위한 조건을 탐색했는데요. 결론은 사랑과 우정, 공감과 연대가 우리를 건강하게 한다는 사실입니다.
친구를 거의 만나지 않는 노인은 매달 적어도 한 번 친구들과 어울리는 사람보다 사망 위험도가 30퍼센트나 높고, 특히 여성은 친구 없이 지내는 시간이 흡연보다 더 위험한 건강 악화 요인이라니 '아.. 코로나 시대에 얼마나 건강을 손해 보고 있는 건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밀접한 사회적 관계는 옥시토신, 도파민, 엔도르핀, 세로토닌 같은 신경펩티드의 상호작용뿐 아니라 장내 미생물의 다양화로 면역력 강화와 수명 연장에 도움이 된다는 데 이걸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억울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방법이 영 없는 건 아닙니다.
부득이하게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진 요즘, 함께 식탁 앞에 앉아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함께 기뻐하고 위로하는 공감이 건강하게 오래 사는 비법이 될 수 있습니다. 반면, SNS 우울은 주의해야 합니다. 사진 속 모습은 다 멋지고 행복한데 내 삶만 우중충한 거 같은 '배제의 두려움(FOMO: fear of missing out)'은 몸과 마음의 건강을 해치는 허구일 뿐이니까요.
일상의 작은 친절이 스트레스와 염증을 줄이고 면역력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는 스스로 뭔가 해볼 수 있다는 희망을 줍니다. 저자는 7일 동안의 실험을 통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뚜렷한 감소를 경험했는데요. 이는 7일 동안 매일 165그램의 브로콜리와 루콜라를 먹을 때와 비슷한 건강 효과였습니다.
강아지를 돌보고, 놀이터에서 뛰노는 아이들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길을 잘 모르는 어르신을 안내하고, 택배 아저씨께 고맙다 인사하고, 미얀마의 친구들에게 후원과 연대를 보내면서 건강해질 수 있다니 작은 일부터 하나씩 실천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