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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 다이어리

첫 학기를 마치며 공공의료의 관점에서 본 불임

by 움이야기 2012. 12. 14.

첫 학기를 마치며 공공의료의 관점에서 본 불임


꼭 여기에 눈이 오는 날 한국에도 많은 눈이 왔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그러면 마치 한국과 영국이 이웃동네라도 되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다들 잘 지내시는지요. 많이 춥다고 들었는데 모두 건강하신지요. 


저는 어제 프레젠테이션을 마지막으로 무사히 첫 학기를 마쳤습니다. 좀 과장하자면 '생존 (survive)'했다고 말해야할만큼 힘든 과정이었습니다. 남의 나라 말로 공부하는 것도 어려웠지만, 인류학이라는 저에게는 새로운 학문에 익숙해지는 것이 쉽지 않았지요. 

이제 좀 쉬면서 새로운 기운도 충전하고 아이디어도 넓히면서 새해, 새학기를 준비해야겠습니다.


어제 프레젠테이션에서 저는 'Infertility as a Public Health Issue'라는 제목으로 불임을 공공의료의 관점에서는 어떻게 봐야하는지에 대한 발표를 하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불임' 대신 '난임'이라는 용어를 쓰자는 주장들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데, 인류학에서도 'infertility'라는 용어대신 'involuntary Childlessness (해석하자면 '비자발적으로 아이가 없는 상태' 쯤 될까요)'를 쓰자는 주장이 있습니다. infertility가 아이를 갖지 못하는 의학적 상태, 생물학적 현상을 중시한다면 involuntary childlessness는 불임으로 인해 초래된 정신적, 사회적, 문화적 영향까지를 포함하는 용어이기에 불임의 경험을 보다 넓은 관점으로 정확히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많은 인류학적 연구들은 불임의 경험이 단지 개인의 육체적 건강 문제가 아니라 임신과 출산이 규범이 된 사회문화적 현상과 관련있으며, 이로 인해 많은 여성들이 사회적 낙인 (Stigma), 차별, 심각한 정신적 경제적 고통 등을 겪고 있음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공공의료가 당연히 불임의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하는 이유이지요. 


또한 저는 특히 생식력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환경'에 주목합니다. Life history Theory에 의하면 생식에 불리한 환경에서는 생식기능이 억제되는데 이는 병리적인 현상이라기 보다는 가장 좋은 환경에서 가장 건강한 후손을 재생산하기 위한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부족한 식량, 척박한 환경, 건강하지 못한 엄마, 스트레스 등이 대표적으로 생식에 불리한 환경이지요. 그렇다면 지금 현재, 우리의 환경은 얼마나 생식에 유리한 환경인지 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극심한 경쟁으로 인한 과도한 업무량, 스트레스, 아이를 낳아도 돌봐줄 사람없는 사회적 지원의 부족, 과도한 경제적 부담.. 이러한 사회적 환경이 생식력을 제한하고 있지는 않은지 이후 제 연구의 관심주제입니다. 


공공의료의 측면에서 불임의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이를 지원하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많은 지원이 시험관시술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특히 한 논문에서는 한국을 온전히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목적만으로 시험관지원 정책을 펴는 전 세계 두 나라 중 하나로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Public Financing of IVF: a review of policy rationales>).


그러나 시험관시술 중심의 불임환자지원은 실제 효과의 면에서도 의심의 여지가 있고 여성의 건강에 대한 위협, 출산에 대한 사회적 규범의 강화, 생식의 의료화라는 측면에서 여러 비판이 있습니다. 또한 오히려 불임문제를 극복하는데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는 다른 옵션들을 제한하고 있다고 보는 관점도 있습니다. 따라서 불임을 경험하고 있는 여성들의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건강을 고려한 보다 넓은 관점의 공공의료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모두 건강하시길요. 또 소식 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