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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 다이어리

[책 이야기]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by 움이야기 2019. 9. 11.

 

 

혼자 살던 여자 둘이 대출을 받아 집을 사고 살림을 합쳤습니다.
결혼 전 임시방편처럼 여겨지는 '자취'라는 이름 대신, 살고 싶은 동네에 집을 구하고 수리하고 가구를 들여 '우리 집'을 마련했지요.
각자가 키우던 고양이 네 마리도 한 식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둘은 달라도 너무 달랐습니다.
여자 1은 필요한 몇 가지만 딱 가지고 사는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고, 여자 2는 패션 에디터로 쇼핑이 취미고 행거가 무게 때문에 넘어지는 경험쯤은 일상다반사였죠. 여자 1은 치우고 정리하고 수납하는 정리의 달인이었으며, 여자 2는 늘어놓고 사는 게 하나도 안 불편한 어지르기쟁이였지만 요리는 기가 막히게 잘했고요. 또 여자 1은 기분 나쁜 일이 있으면 불같이 화내는 성격이었지만 여자 2는 아무 말 없이 찬바랑 쌩하게 부는 편을 택하곤 했답니다.

둘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맞춰가기 시작했습니다.
'안 사람'과 '바깥사람'의 역할이 그때그때 사정에 따른 위계 없는 분업이 되었고, 힘들 때 아플 때 제일 가까운 곳에서 서로를 돌보는 '사회적 정서적 안전망'이 되었습니다.
서로의 부모님은 딸의 친구를 내 딸처럼 사랑하였고, 딸들 또한 책임과 의무 없는 온전한 애정으로 서로의 부모님을 대했습니다.

전통적 가족 외에도 일인 가족, 비혼 동거 가족 등 점점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을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피 한 방울 안 섞이고 법적으로 남남이지만 한 지붕 아래서 함께 울고 웃으며 서로를 돌보는 W2C4, 두 여자와 고양이 넷으로 이루어진 '조립식 가족'도 새로운 가족의 모습이지요.

지지고 볶지만 행복하고 충만한 일상. 그 비결은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서로를 존중하고 억지로 바꾸려 하지 않으면서도 내가 먼저 나서서 필요한 일을 하고 상대의 마음을 살피고 맞춰가는 '관계를 만들어가는 노력'에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문득 이들이 노력하는 모습이 부부든 연인이든 친구든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같이 삶을 꾸릴 때 꼭 참고해야 할 '관계의 교본'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