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관시술, 배란유도 과정과 수정란 선택에 인공지능 우수한 효과
최근 생식의학 학술지 <Fertility and Sterility>에 '체외수정에서 인간 대 기계: 인공지능은 의사를 대신할 수 있을까?(Man versus machine in IVF - can artificial intelligence replace physicians?)'라는 글이 실렸습니다.
생식의학에서 임신 예측을 위해 컴퓨터 프로그램을 사용하기 시작한 건 20년이 넘었다고 합니다.
이제는 데이터를 단순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학습하여 추론하고 결론을 내리는 '딥 러닝(deep learning)' 기술을 갖춘 인공지능이 개발되어 응용되고 있는데요. 과연 인공지능이 보조생식술 성공률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저자는 관련 연구의 최신 논문을 근거로 인공지능의 긍정적 역할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시험관 임신 성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한 수정란'을 이식하는 것입니다.
시험관시술 실패의 대부분은 착상 실패기 때문에, 착상에 성공해 임신 초기 잘 진행할 수 있는 수정란을 선별하는 것이 결과를 좌우하는 중요한 과정이죠.
보통 시험관시술에서는 정자와 난자를 체외에서 수정시킨 후 수정란의 발달 상태를 관찰하여 수정란 등급을 정합니다.
세포의 분할 속도, 시간 경과에 따른 세포 개수, 세포의 균일성과 파편 등을 살펴 배아생성연구원(embryologist)이 등급을 판정하고 이식할 수정란을 결정하지요.
기준이 있다고는 하나 사람이 하는 일이라 할 때마다, 또는 하는 사람에 따라 편차가 있을 수 있는데요.
이 역할을 인공지능에 맡겼을 때 결과가 어떠했는지를 분석한 두 편의 연구 결과입니다.
세포분열 과정을 타임랩스(time-lapse) 영상으로 남긴 후 딥러닝 기술을 갖춘 인공지능 '아이비(IVY)'에게 분석을 맡겨 이식에 가장 적합한 수정란을 선택하도록 한 결과, 태아 심박동을 확인한 임상적 임신으로 이어지는 배아 선별 정확도가 높았습니다.
위 연구에서는 타임랩스 대신에 전통적으로 사용해온 광학현미경 이미지를 캡쳐하여 인공지능에게 임신 가능성이 높은 수정란을 선택하도록 하였습니다.
연구 결과, 임신이 될/되지 않을 수정란을 분별하는 능력에서 인공지능이 배아생성연구원에 비해 24.7-42.0% 우수했고, 심박동이 뛰는 임상적 임신으로 진행되는 수정란을 선택하는 경우가 사람 연구원보다 2.2 배 높았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배란 유도 과정에서 약물 사용의 지속 또는 중단, 추적 관찰 간격, 약물 용량 조절 등 매 순간의 결정을 인공지능이 잘 할 수 있는지를 살핀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2,603 주기, 59,706 데이터(에스트라디올 농도, 초음파상 난포 직경, 투입 FSH 용량 등)의 정보를 제공하여 인공지능에 1) 난소 자극을 멈출지 혹은 지속할지, 2) 멈춘다면 배란유도를 할지, 주기를 취소할지, 3) 지속한다면 FSH 농도를 그대로 할지, 줄일지, 늘릴지, 4) 며칠 후에 다시 추적 관찰할지 등의 결정을 내리도록 하여 12명의 전문 임상의 결정과 비교하였습니다.
연구 결과, 난소 자극을 지속할 것인가 멈출 것인가/ 배란유도를 할 것인가 주기를 취소할 것인가 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인공지능도 거의 사람 전문가와 비슷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둘 중의 하나를 결정하는 빈도가 높은 질문이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약물 용량 조정에 대해 인공지능은 가급적 같은 용량을 유지하는 보수적 결정을 내렸고, 추적 조사 간격에서 처음 두 질문(0.92, 0.96)에 비해 정확도가 약간 떨어졌지만 여전히 높은 편이었습니다(0.87).
연구자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지만 이 정도면 시험관 배란유도 과정의 매 단계에서 보조장치로 이용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사람의 몸은 기계가 아니고 생식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여러 인자나 변수가 있어서 인공지능이 의료진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지만,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하는 능력을 빌린다면 보조생식술의 성공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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