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중 검사, Between Medicine and Entertainment
'여성건강의 의료화(Medicalisation)'
제가 관심갖고 있는 분야 중 하나입니다.
의료화의 대표적인 예로는 '출산의 의료화'가 있습니다.
예전에 출산은 별다른 의료의 개입이 필요없는 자연스러운 생리과정 중 하나였습니다. 그래서 경험있는 여성들의 도움을 받아 집에서 출산을 하는 경우가 많았었지요. 그러나 이제 대부분의 여성들은 병원에서 출산을 합니다.
물론, 이를 통해 산모와 영아의 건강은 크게 향상되었습니다. 이제 적극적인 의료의 개입으로 감염의 위험이 줄고 아이 낳다가 목숨을 잃게 되는 경우도 극히 드물어졌습니다. 물론, 미숙아의 경우도 건강하게 생명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참으로 다행이지요.
그런데 의료화가 강화될 수록 과연 여성은 더 건강해지고 있는걸까요?
10 여년 전 제가 임신했을 때보다 지금의 산모들은 임신 중 더 많은 초음파, 정밀초음파, 혈액검사, 특수검사 등을 받고 있는데 그 검사들이 과연 산모와 태아를 더욱 건강하게 해주는 것일까요?
혹시 경제적 부의 경우도 일정한도가 넘어가면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데 별 차이가 없듯, 의료화도 다다익선은 아니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적절한 정도는 어느 선일까요?
<Reproducing Reproduction>이라는 의료인류학 책에서 Janelle S. Taylor는 임신중 이루어지는 초음파 검사에 대해 여러 의문을 제기합니다.
"산부인과 의사의 관점에서 초음파 검사는 유용하다는 생각때문에 매우 광범위하게 이루어지는 듯 하다. 임신 중 진단 초음파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의학학술지에서 여전히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진단과정에서 사용될 때에는 매우 안전하다고 믿어지고 있다(아이러니하게도 대규모 비교연구가 이루어지기 전에 이미 초음파 검사가 널리 사용되었기 때문에 안전에 대한 일차 증거는 초음파에 노출되었던 많은 여성들과 그들의 아이들에게 나쁜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p 17)
이 책에서는 임신 중 초음파 검사의 역할을 의학적 관점 이외의 맥락에서 두가지로 보고 있는데 바로 '안심 (reassurance)' 와 '연결 (bonding)' 입니다.
초음파 검사를 통해 '내 아이는 아무런 이상이 없구나' 하는 안심과 함께 엄마와 아이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일체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 두가지는 함께 일어나면서도 서로 양립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안심(reassurance)'의 프로세스 중에는 태아를 물질화 하는, 다시 말해 품질검사 (quality screening)을 통해 문제가 있으면 멈출 수 있는 존재로 보는 관점이 존재하고, '연결 (bonding)'의 경우는 태아를 이미 생명체로 보면서 낙태반대를 강화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일부 국가에서 임신 중 초음파는 명확히 의심할만한 의료적 문제가 있을 때만, 기준에 적합할 때만 가능 합니다.
의료적 시술로서의 초음파와 '엔터테인먼트 (Entertainment)' 로의 초음파 촬영을 명확히 구분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나요, 또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까요.
의료비상승의 부담이 있다고 하더라도 태아의 모습과 움직임을 살피면서 기뻐하고 기념하고 기대하는 것도 개인의 권리로 존중되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꼭 필요한 경우에 한해서 의료의 개입이 이루어지는 보다 자연적인 출산문화를 만들어가야하는 것인지..
여러모로 생각해봐야할 주제일 것 같습니다.
'움 다이어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입학했습니다 (0) | 2012.10.08 |
---|---|
건강한 임신은 건강할 때만 (0) | 2012.10.08 |
질병, 의학을 넘어서 다양한 맥락 고려하기 (0) | 2012.09.18 |
불임휴직제, 보다 현실화 되어야 (0) | 2012.09.14 |
자연분만 회복속도 정말 빠를까? (0) | 2012.09.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