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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 다이어리

조금은 까다로운 환자가 되자

by 움이야기 2012. 11. 16.

의사의 입장에서 이런 얘기를 하는데, 참... 우스울 수도 있고, 왜 저런 소리를 하나? 할 수도 있겠습니다.

^^

 

지난 토요일, 진료실은 유난히 바쁜 진료로 정신이 없었습니다.

한의사들은... 특히 제 진료는 초진때 많은 이야기를 나누기 때문에 1인당 진료시간이 좀 오래 걸리는 편인데...

초진환자가 동시에 4명이 오신 겁니다. 그 외에 다른 환자분들은 기본 있구요...

아~ 대기 시간은 길어지고... 미안한 마음과 함께 제 마음도 너무 바빠집니다.

 

그와중 초진 환자분 중 한분이 진료실에 들어오셔서는...

A4 용지 한장은 먼저 내미는데...

본인의 증상과 그간 받은 검사와 치료, 현재의 변화상태 등등을 빼곡하게 적은 종이였습니다.

 

이 종이를 본 순간...

참 고마웠습니다.

한번에 전체가 파악이 되니, 상담시간도 단축되면서도... 더 중요한 것은 제가 오늘 같은 바쁜 날, 바쁜 마음으로 진료를 하다 혹시라도 놓칠 수 있는 사항에 대한 대비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많은 우리나의 의사들 (양의사, 한의사, 치과의사 등등 포함)은...

사실 말많은 환자들은 싫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언젠가 학회에 가서 어떤 양의사 선생님의 강의를 듣는데... 우스개 소리로... 질문을 하는 환자가 있으면 MM 이라고 챠트에 써 놓는답니다. MM 말많음.. (ㅜㅜ)

 

하지만,

사실 환자들의 입을 통해 전달되는 정보가 참 많습니다.

때로는 그 속에 치료법이 숨겨져 있기도 합니다.

최신 검사장비로 알아서 찾아내겠지...내 맥을 보고 다 알아내겠지... 생각하실수도 있겠지만.

많은 경우 환자가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모르고 놓쳐지는 정보가 많습니다.

 

병원에 처음 내원하실 때는...

미리 어떤 얘기를 해야할지 잘 생각을 해보시고,

복잡하다면, 메모를 해 오시는 편이 좋습니다.

그리고... 눈치 보지 마시고... 궁금한 점은 꼭 질문 하세요.

그 자리에서 질문을 못 했다면... 추후 전화상담, 홈페이지 상담코너 등이라도 이용하세요.

 

뒤늦게 중요한 정보를 바뜨려 잘못된 길로 치료가 흘러가고 있는것이...

환자의 질문에 대답하는 1-2분 더 소요되는 것 보다...

당.연.히. 훨씬 두려운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