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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 다이어리

아이를 엄마 품으로 돌려주길: 출산직후 skin-to-skin의 중요성

by 움이야기 2012. 11. 16.

조현주 원장님의 국제모유수유전문가(IBCLC) 자격증 취득 소식을 들었습니다. 참으로 기쁘고 축하할 일이지요. 


환자들 보며 두 아들과 씨름하는 일이 쉽지 않을텐데 주말마다 강의듣고 시험봐서 자격증까지 딴 열의가 대단하시구요, 이 성과가 막 엄마가 된, 그리고 엄마가 될 많은 여성들에게 큰 도움이 될거라 생각됩니다. 


모유수유가 갖는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산업화된 서구 여러나라에서 급격하게 감소하는 모유수유율은 큰 사회적 문제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나라에서 어떻게하면 모유수유 비율을 높일 수 있을까하는 여러 연구들을 적극적으로 진행하였습니다. 출산 직후의 엄마와 아이의 직접적 접촉(skin-to-skin contact)도 모유수유를 촉진시킨다는 연구결과로 인해 주목받기 시작했지만 그 외에도 여러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간은 출산시 여러 제약으로 인해 뇌가 성인의 약 25% 정도 밖에 발달하지 않은, 오랜 돌봄이 필요한 무기력한 존재로 세상에 태어납니다. 그렇기에 늘 옆에서 함께하는 보호자의 보살핌은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조건입니다. 오랜 진화의 과정 속에서 인류는 이러한 조건에 적응해왔는데 급변한 출산환경으로 인해 부조화(mismatch)가 나타나게 되고 이는 건강을 해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엄마와 갓 태어난 아기의 당연한 만남을 방해하는 것은 바로 의료화된 '병원출산 환경'입니다. 힘든 진통 끝에 만나는 출산의 기쁨, 그 환희의 순간도 잠시, 엄마와 아기는 이별을 하게 됩니다. 엄마는 회복실로, 아기는 유리벽으로 막힌 신생아실로. 


그런데 많은 연구들은 출산직후 1-2시간내에 이루어지는 엄마와 아이의 접촉이 엄마와 아이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이득을 가져다준다고 설명합니다. 





갓 태어난 아기를 엄마의 품에 올려놓으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엄마의 가슴을 찾아갑니다. 이 과정에서 뱃속에서부터 엄마 특유의 양수냄새에 익숙한 아기의 후각이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가슴으로 기어오르는 아기의 몸짓, 발동작은 엄마의 자궁수축을 도와 과다출혈을 방지하고, 아직 나오지도 않는 젖을 빨면서 아기는 엄마의 모유수유를 촉진합니다. 이렇게 초기접촉을 원활하게 한 산모에서 모유수유가 촉진되고, 그렇지 못한 산모들에 비해 오랜기간 모유수유를 한다는 많은 연구결과들이 있습니다. 


또한, 초기 접촉은 태아의 온도조절능력과 호흡, 심장의 안정성 유지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증명되어 특히 조산아의 경우 많은 병원에서 치료의 한 방편으로 skin-to skin contact을 권유하고 있습니다. 


초기 접촉을 원활하게 한 아기가 덜 운다는 연구보고들도 흥미롭습니다. 아기가 엄마와 분리되었을 때의 울음은 배고플때나 다른 문제가 있을때의 울음과 음성학적으로 다른데 이는 '분리'의 위험을 경고하는 신호가 될 수 있습니다. 심하게 우는 아기는 이로인해 성장이 지체될 수 있고, 뇌의 압력이 높아지면서 뇌출혈의 위험을 일으키거나, 순환계의 변화를 가져와 좌심방과 우심방사이의 난원공이 잘 닫히지 않을 위험이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러한 생물학적 건강의 이익 뿐 아니라 엄마와 아이의 초기 접촉은 엄마와 아기의 일체감을 높여 아기를 돌보는 엄마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며, 일년 후 아기의 행동상태를 분석한 연구에서도 원활한 접촉을 한 아기가 감정적으로 더 안정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신생아를 움직이지 못하게 천으로 꼭 싸는 산후관리 전통이 있는 러시아에서 이루어진 연구에서는 이러한 전통적 관리가 태아의 움직임을 원활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엄마와 아이의 몸짓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을 방해할 수 있고 이 또한 초기 분리와 비슷한 부작용을 나타내어 가급적 느슨한 옷을 입힐 것을 권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유럽의 많은 나라에서는 출산 후 엄마와 아기가 같은 공간에서 즉각적이고 원활한 피부접촉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떠한가요. 여전히 감염의 위험, 관리의 편의를 위해 엄마와 아기가 분리되고 있지 않은가요.


또 하나 주목해야할 것은 최근 우리나라에서 가장 일반적인 산후조리 방식으로 간주되고 있는 '산후조리원'입니다. 


우리나라는 세계의 어느나라보다 '산후조리'를 강조하는 문화를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전에는 가족들의 도움을 받으며 신생아와 한 공간에서 지내며 몸을 회복하던 산후조리가 핵가족화로 인해 도움을 줄 수 있는 조력자를 찾기 어려워지면서 산후조리원의 몫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여러아기들이 한 곳에서 지내면서 감염의 문제가 제기되고, 이제 그 곳도 산부인과와 별반 다를 것 없는 엄마와 아기가 분리되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과연 이러한 문화현상이 신생아와 모성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관심갖고 연구해볼 주제입니다. 다만, 인류의 진화의 역사는 엄마와 아이의 초기 충분한 접촉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할 것입니다. 


이제 갓태어난 신생아를 엄마 품에 돌려주면 좋겠습니다.

살과 살을 맞대고 엄마품을 파고들어 젖을 빠는 아기의 입놀림과 몸짓을 느끼며 행복하고 건강하게 산후회복을 하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아기도 엄마의 품에서 낯선 새 세상을 향한 평화로운 적응을 시작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