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움 다이어리

평등한 출발을 위한 '베이비 박스', 영아사망율 낮춰

by 움이야기 2013. 7. 5.

지금 영국은 곧 있을 왕실의 출산을 기다리며 이에 대한 관심이 한참 높아지고 있습니다. 찰스 황태자와 고인이 된 다이애나 황태자비의 큰아들인 월리엄 왕자 부부가 칠월 중순 출산예정에 있기때문이지요. BBC 뉴스에서는 핀란드의 사회보장서비스인 'Kela'에서 왕실의 예비부부에게 선물한 '베이비 박스 (baby box)'를 톱뉴스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사진출처 BBC>


사진 속 옷들과 아기용품이 바로 핀란드의 모든 예비부모들에게 선물로 주어지는 2013년 '베이비 박스'의 내용물들입니다.

손톱깎기, 목욕용품, 기저귀, 배냇저고리에서 겨울용 방한복까지 신생아를 위한 모든 것들이 들어있습니다. 

박스안에는 매트가 깔려있어서 핀란드 신생아들의 첫 침대로 이용되기도 한다고 합니다.



                                                                                                                                     <사진출처 BBC>


예비엄마들은 이 베이비박스를 받는 대신 140유로 (약 20만원)의 현금을 선택할 수도 있는데 95%의 산모가 현금대신 이 박스를 선택한다고 합니다. 박스 속의 물건을 다 구입하려면 그보다 더 많은 돈이 필요하고, 쇼핑시간을 고려해도 박스가 훨씬 이익이기 때문이지요. 물론, 박스 속의 물건들은 남녀 구분없이 모두가 무난히 사용할 수 있는 색과 디자인으로 구성되어 형제, 자매간에 물려서 쓰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이 제도가 핀란드에서 처음 시행된 것은 1938년인데 그때는 저소득층에 한해서 실시되었고, 1949년 소득, 계층과 상관없이 전국민에게 확대실시되어 오늘까지 이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인상깊은 것은 이 제도의 시작이 핀란드가 오늘과 같이 부유하고, 돈이 남아 돌아서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그 당시 핀란드는 가난한 나라의 하나로 영아사망률이 1000명 중 65명으로 세계적으로 매우 높은 나라에 속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했습니다. 많은 논의 끝에 임신 4개월 이전에 병원에 방문하는 산모에게 이 박스를 지급하는 방법으로 산모와 태아의 건강을 살필 수 있도록 하였고, 그 결과 핀란드는 현재 세계 최저 영아사망률을 기록하는 나라가 되었다는 소식입니다. 


                                                                                       <영아 사망률: 핀란드 통계청, 사진출처 BBC>


긴 역사만큼 이 박스의 내용물들도 시대상황에 따라 바뀌었습니다.

1930년대, 40년대에는 주로 엄마들이 아이의 옷을 만들었기때문에 박스에 천을 넣어주었고, 이차대전 기간에는 국가 방위를 하는데 면이 많이 사용되면서 종이 시트 등으로 대치되었고, 60년대 말에 처음으로 일회용 기저귀가 박스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환경을 생각해서 다시 일회용 기저귀대신 천기저귀를 넣고, 모유수유를 촉진하기 위한 방법으로 우유병과 고무젖꼭지는 제외하고 있다고 합니다. 

출산 준비를 돕는 실질적 도움 이외에도 헬싱키 대학의 한 교수는 이 박스를 '상징'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평등의 상징이며 어린아이의 중요성을 상징하고 있다고요. 


이 기사를 읽으며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거운 배를 이끌고 출산준비물을 구입하기 위해 다니는 산모들, '내 아이만큼은 최상의 것으로'라는 생각으로 가급적 좋은 것, 비싼 것으로 준비하고 싶은 마음, 그래도 '명품'으로 시작하는 아이들과 비교되는 상대적 박탈감.. 

출산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구성원을 맞는 것이라는 인식아래 국가가 출산에 필요한 모든것을 담은 '베이비 박스'를 준비하고, 모든 아기가 부모의 능력과 상관없이 평등한 출발을 하는 사회, 왠지 부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복지는 넉넉할 때 시혜처럼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복지를 통해 모두가 건강해지고 넉넉해질 수 있다는 것도 다시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