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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 다이어리

탯줄 자르기에 따라 아이의 건강이 달라진다

by 움이야기 2013. 7. 26.





“응애~응애~” 아기가 나오자마자 의료진은 빠르게 플라스틱 클립을 이용해서

배꼽가까이에 클리핑을 하고, 긴장한 아기 아빠에게 가위를 쥐어 주면서 탯줄을 자르도록

시킵니다.

 

태아는 생명줄인 탯줄을 통해 엄마에게 산소와 영양을 공급받다가 자기 호흡을 시작하게

되면서 독립하게 되는 것이지요.


이제는 이 과정에서 의사에게 미리 주문할 것이 하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할 것입니다.

“탯줄을 자를 때 3-5분 정도 탯줄의 맥동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려주세요~” 라는 주문.

 

인터넷 위키백과에 검색을 해보니 1801년에 에라스머스 다윈이 “아기에게 매우 해로운 것은 곧바로 탯줄을 자르려는 것이다. 탯줄은 아기가 반복적으로 호흡을 하고 탯줄의 맥박이 멈출 때까지 항상 남겨둬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 아기는 충분한 시간이 지난 후에 탯줄을 자른 아기보다 무척 약해진다. 탯줄을 빨리 자른 아기는 충분히 공급되어야 하는, 혈액의 상당량이 태반에 남아있게 된다.” 라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탯줄을 자르는 적절한 시기에 대해, 최근 나온 논문들을 검색해 보건데, 200년 전에 한 이 말이 틀리지 않다는 걸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탯줄은 젤라틴 와튼 젤리 물질도 되어 있는데, 출산 후 탯줄이 바깥 온도에 노출이 되면 이 물질이 생리적인 변화를 일으키면서 자연적인 집게 효과가 생기게 됩니다. 이는 태반혈액이 신생아에게 되돌아가는 것을 막고, 탯줄의 맥박이 멈추도록 하는데, 이 시간이 약 5분 정도가 걸린다고 합니다. 이 5분 이내에는 탯줄에 있는 혈액이 아기에게 흘러들어갈 수 있게 되며,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그 흐름이 정지되는 것이지요.

 

이 짧은 순간을 기다리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상당한 차이를 일으키게 됩니다.


이 혈액을 통해서 신생아는 엄마의 다양한 항체, 중요한 줄기 세포, 호르몬, 비타민 K를 물려받을 수 있습니다. 신생아는 300ml정도의 혈액만을 형성할 수 있는데, 이 탯줄에 있는 혈액의 양은 80-180ml 나 되기 때문에 전체 혈액량의 1/3에서 1/2에 해당하는 피를 공급받을 수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논문 몇 가지를 찾아보니 ‘기다림’의 효과는 더욱 극명했습니다.

신생아에게나 유아기까지도 혈액구성 성분(hematocrit, iron status as measured by frritin concentration, stored iron 등)에 보다 좋은 상태를 가지게 하고, 빈혈의 위험이 감소한다고 합니다.(JAMA. 2007 Mar 21;297(11):1241-52. Late vs early clamping of the umbilical cord in full-term neonates: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of controlled trials.)

특히, 조산아 및 저체중아에게는 더욱 큰 효과가 있는데, 뇌실내출혈(intraventricular hemorrhage) 이나 패혈증(late-onset sepsis)의 발생을 줄여주게 되고(Pediatrics. 2006 Apr;117(4):1235-42. Delayed cord clamping in very preterm infants reduces the incidence of intraventricular hemorrhage and late-onset sepsis: a randomized, controlled trial.),

혈류 역학적인 부분의 변화에도 좋은 검사 결과를 갖게 하여 심장의 움직임이나 혈류의 흐름과 관련된 부분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음을 확인했다고 합니다. (Pediatrics. 2012 Mar;129(3):e667-72. doi: 10.1542/peds.2011-2550. Epub 2012 Feb 13. Hemodynamic effects of delayed cord clamping in premature infants.)

 

가만히 두면 자연스럽게 그 흐름이 정지되게 되는 자연적 변화에 대해 존중하고, 최소한의 개입을 하는 게 현명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편 요즘 유행하는 ‘제대혈보관’과 지금껏 이야기한 ‘기다림’이 상반되는 면이 있다는 사실도 알아두어야 할 것입니다.

 제대혈이 탯줄에 있는 혈액이니, 제대혈을 많이 모으려고 하면 당연히 재빨리 클립으로 탯줄의 혈액 흐름을 차단하고 혈액을 모아야 겠지요. 그러니 제대혈 보관을 하고자 하려면 ‘기다림’은 있을 수 없습니다. 제대혈이 향후 있을 지도 모르는 아이에 희귀병에 대한 보험적 측면이 있긴 합니다만, 아직까지 확실한 활용 기술이 정립되지 않았거나, 희귀병에 걸릴 확률이 적은 것에 비해 상업적으로 대대적으로 모아지고 있다는 부분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있습니다. 또한 현재의 건강을 위해 몸 안으로 들어가 활용되어야 하는 혈액을 포기해야한다는 측면도 한번쯤 생각해 봐야할 문제일 것입니다.

 

최근 한 인터넷 뉴스에서 탯줄을 늦게 끊은 것이 생후 3-6개월간의 철분 부족을 예방하며 신생아의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하면서, ‘탯줄 3분만 있다가 끊으세요!’ 라는 제목의 기사를 낸 것을 보고, 공감되어 이런 저런 자료를 찾아보고, 긴 글을 썼습니다. 


[기사 원문 http://www.healthda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5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