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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 다이어리

[영화추천] 카트, 바로 우리의 이야기

by 움이야기 2014. 11. 15.

금요일 저녁, 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이 영화 <카트>를 봤습니다. 동네 이웃이기도 하고, 아이들에게는 학교 동생의 엄마인 부지영 감독이 만든 영화여서 개봉하자마자 서두르긴했지만 꼭 개인적 인연때문만은 아닙니다. 부감독의 전작인 <지금, 이대로가 좋아>를 워낙 재미있게 봤었거든요.

 


개봉전부터 많은 화제를 일으킨 영화 <카트>는 몇년전 실제로 있었던 홈에버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이야기지요. 저 역시 자주 다니던 마트에서 늘 웃는 얼굴로 계산을 해주던 마트 판매원, 계산원들이 어느날 갑자기 조끼를 입고 투쟁을 시작하였습니다. 하루아침에 다니던 직장에서 해고통고를 받고 눈 앞이 깜깜해지면서 어찌할 줄 몰라 당황하던 여성들은 '남의 이야기'인줄만 알았던 노동조합을 만들어 복직을 요구하는 싸움을 시작하였습니다. 


이들은 '낙숫물로 바위뚫기'라는 각오와 희망으로 연대하며 파업, 점거농성, 거리 선전전 등 지난한 투쟁을 하였지만, 용역과 공권력의 힘앞에 많은 눈물을 쏟아야했습니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결국 이 싸움은 노조간부들을 제외한 전원복직으로 마무리 되었고, 이후 홈에버는 영국계 회사인 테스코에 인수되어 홈플러스가 되었습니다.

 

이 영화와 함께 가장 많이 이야기되는 것이 '감정노동'입니다. 감정노동이란 '실제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는 무관하게 직무를 행해야하는 감정적 노동'을 말하는데, 그렇게 보면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모두 일정정도 감정노동자입니다. 의사, 교사, 변호사 등 전문직 조차도 서비스를 제공하며 클라이언트를 만나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감정노동과 관련하여 우리가 특히 관심을 기울여야하는 대상이 바로 영화속 주인공들과 같은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입니다. 생계를 지탱하는 나의 일자리가 바로 다른 사람의 '심기'에 달려있기 때문에 감히 나의 감정따위는 돌볼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이는 심각한 스트레스로 이어지며 질병의 원인이 되기도 하구요.

 

2014년 3월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임금노동자의 약 32%가 비정규직이며, 특히 여성의 비정규직 비율은 40%로 매우 높습니다. 비정규직문제는 이미 남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나의 문제, 나의 가족의 문제, 자녀의 문제일 수 있습니다. 영화속에서도 대학을 나온 미진은 50번의 면접을 봤지만 여전히 마트계산원으로 남아있고, 정규직으로 일했던 혜미도 유산과 출산을 겪으며 일자리를 잃고 비정규직 싱글맘이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5년간 연장근무를 마다않고 벌점도 없이 열심히 일했던 선희도 비정규직 신세를 벗어날 수 없었구요.    

 

<지금, 이대로가 좋아>에서도 멋진 반전을 보여줬던 부지영 감독은 <카트>에서도 통쾌한 라스트신을 선사합니다. 어떤 내용인지는 직접 보시고..^^

 

팝콘과 엑소의 도경수로 아이들을 꼬드겨 함께 영화를 봤는데 참 잘했다 싶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사람'이 옆에 있다는 사실을 잊지않기를 바라는.. 이 보다 더 큰 교육은 없을테니까요.

 

주말의 영화로 <카트>를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