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사는 여성, 월경 기간 같아진다고?

이제 월경하는 여자가 집에 셋이나 있다 보니 여름 휴가 때 물놀이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휴가를 떠나기 전, 각자의 상황을 묻는데 딸이 그러더라고요. "엄마, 같이 살면 월경 날짜가 비슷해진대. 몰랐어?" 아··· 아직도 이 오래된 신화가 계속 전해지고 있군요.

같이 사는 여성의 월경 기간이 비슷해진다는 '월경 일치(menstrual synchrony)'이론은 1971년 McClintock이 <네이쳐(Nature)>에 논문을 발표하며 처음 주장하였습니다.

여대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135명 여성의 월경 시작일을 조사, 분석하였는데요. 학기 초에는 각각 다른 날짜에 시작하던 월경이 룸메이트나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친구들 사이에서는 점점 가까워져서, 10월에는 월경 시작일의 차이가 평균 7-10일이었는데, 4월에는 3~7일로 줄어들었습니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몸에서 분비되는 페로몬(pheromone)이 월경을 유발하는 호르몬 대사에 영향을 미친다는 설이 있고요, 달의 리듬을 따라 빛의 영향을 받는다는 설, 비슷한 생활패턴과의 관련성을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McClintock의 연구 이후 진행된 비슷한 연구에서는 엇갈리는 결과들이 나왔습니다. 월경 일치 이론을 지지하는 결과도 있었지만, 전혀 관련 없다는 연구 결과도 많았습니다.

1992년 Wilson은 <A critical review of menstrual synchrony>라는 논문에서 월경 일치를 주장하는 이전 연구에 방법론적 에러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특히, 개인마다 월경주기가 달라서 시간이 지나면서 우연히 가까워질 확률이 생기는데 이를 간과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면, 월경주기가 30일인 A가 1월 5일에 월경을 시작하고 월경주기 28일인 B가 1월 13일에 월경을 시작했다고 하면 두 사람은 같이 살지 않더라도 점차 월경 시작일이 가까워져 5월에는 같은 날에 월경을 시작하고 10월이 넘어야 처음 월경 시작일 차이(8일)보다 월경 시작일 차이(10일)가 벌어진다는 설명입니다.

또한, Wilson이 월경 일치가 맞는다는 결과를 낸 연구들과 다르다는 결과를 낸 연구들을 비교한 결과, 단 한 가지 차이점이 있었습니다. 월경 일치가 맞는다는 결과를 낸 연구들은 하나같이 규칙적인 월경주기를 가진 여성들만 실험에 포함했고, 월경 일치를 부정하는 결과를 낸 연구들은 불규칙 월경주기를 가진 여성들도 실험에 포함했습니다. 월경은 몸이 피곤하거나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하거나 체중 변화 등에 의해서 자주 변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월경주기가 규칙적인 여성만 대상으로 연구한 것은 실제상황을 제대로 반영한다고 볼 수 없습니다.

진화학적으로 월경주기 일치가 '적응(adaptive)'이라고 주장하는 진화인류학자들도 있었습니다. 달의 리듬을 따라 보름달이 뜨는 시기에 배란이 된다는 설도 있고요. 하지만 아프리카 말리(Mali)의 전통부족인 도곤(Dogn) 족 여성의 월경과 생식을 연구한 인류학자 Strassmann은 전기 없이 달빛에만 의존하는 도곤족 여성에서 월경이 달의 리듬을 따른다는 가설은 입증되지 않았으며, 월경 일치 현상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Strassmann은 묻습니다. "월경주기가 얼마나 멀어나 먼 것인지"를요.

똑같이 30일의 월경주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아무리 멀어도 최대 15일 월경 시작일 차이가 나고요(1일~16일은 15일 차이지만, 1일과 17일은 1일 월경을 시작한 사람이 다음 달 1일 월경을 시작하니 14일 차이). 평균적으로 7.5일 차이가 납니다. 평균 월경 기간을 5~7일로 잡으면, 여성의 월경 기간이 겹칠 확률은 매우 높습니다.

이후 중국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 함께 사는 레즈비언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 등 '월경 일치' 현상을 증명하려는 시도는 모두 실패하였습니다.

'월경 일치설'은 신화일 뿐이며, 나의 월경주기를 주관하는 것은 오직 나, 내 몸과 마음의 건강 상태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