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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에세이

임신 초기 초음파 검사, 심한 자폐증과 관련 - 논문 발표

by 움이야기 2016. 9. 3.


영국에서 난임 환자를 대상으로 현장연구를 하면서 임산부들을 만날 기회가 자주 있었는데요. 놀라운 사실은 임신 중에 딱 두 번의 초음파 검사만을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임신 12주가 지나 첫 초음파 검사를 하고 임신 20주 경 두 번째 초음파 검사를 하면 끝이었죠. 물론, 산모나 태아 상태가 좋지 않으면 추가 검사를 하고요.

미국 FDA의 가이드라인에서도 '진단적 초음파는 단지 의학적 필요가 있을 때만 실시하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임신 제 1삼분기(임신 14주까지) 초음파 검사가 유전적 변이가 있는 자폐증 남아의 심각한 증상과 관련 있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학술지 <자폐증 연구(Autism Research)>에 발표되었습니다.



자폐증 증상 안에는 넓은 스펙트럼이 있어서 지적 능력이나 언어 능력이 매우 뛰어난 자폐아가 있는가 하면 지적 능력이 떨어지고 행동 이상이 심한 자폐 성향도 있습니다. 2014년 임신 중 초음파에 노출된 쥐에서 자폐 경향이 나타났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워싱턴 의과대학 신경외과 교수인 Pierre D. Mourad 연구팀은 이번에는 자폐증의 다양한 스펙트럼에 영향을 미치는 인자가 무엇인지를 알아보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2,644 자폐 가족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임신 제 1삼분기에 시행된 초음파 검사가 '복제수 변이(copy number varuatuibs: CNVs)'라는 유전적 이상을 가지고 있는 자폐아 남아의 비언어 지능(non-verbal IQ) 저하, 반복적 행동(repetitive behaviour) 증가와 관련 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임신 중기 이후, 즉 임신 제2, 3삼분기에 실시한 초음파 검사는 자폐증 증상 정도와 아무 관련이 없었습니다.


자폐증의 유전적 원인으로 알려진 '복제수 변이'는 조상으로부터 물려받는 유전자 이상이 아니라 난자 또는 정자의 생성과정에서 마지막 순간에 발생한 DNA 실수로부터 기인한 신생돌연변이로 DNA 핵산의 염기서열이 대량으로 중복, 결여, 동어 반복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대부분의 자폐증 유전자는 임신 8-16주에 발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요.


이 연구 결과를 '임신 초기에 초음파 검사를 받으면 자폐증 위험이 커진다'는 공포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습니다.

연구 결과를 통해 조심스럽게 추론할 수 있는 것은 '유전적 변이가 있는 남자아이의 자폐증 증상 중 지능저하, 반복행동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이고요. 임신 초기 복통, 출혈 등 유산 위험이 있는 경우는 초음파 검사가 반드시 필요하지요.

하지만, 임신 중 '기념 사진' 찍듯이 아무 이상이 없는데도 초음파 검사를 자주 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 대부분의 나라와 미국에서 임신 중 초음파 검사를 제한하는 이유도 효과와 안정성을 고려한 결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