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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에세이

낙태를 둘러싼 논란, '여성 건강'은 없다

by 움이야기 2016. 10. 10.


낙태를 둘러싼 논란, 여성 건강은?




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임신중절수술을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규정해 최대 12개월의 의사 자격 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한 의료법 시행령, 시행규칙 개정안이 확정될 경우 오는 11월 2일부터 낙태수술 전면 중단에 들어가겠다는 입장을 발표했습니다(관련 기사: <산의회 "11월 2일 이후 낙태수술 전면 중단>).


산부인과 의사들의 주장대로 현재의 임신중절 수술에 대한 법령은 현실성이 너무 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모자보건법에서는 임신중절을 할 수 있는 범위를 다음과 같이 제한하고 있습니다.


제14조(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한계) ① 의사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되는 경우에만 본인과 배우자(사실상의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의 동의를 받아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할 수 있다.


1. 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우생학적(優生學的)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2. 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3. 강간 또는 준강간(準强姦)에 의하여 임신된 경우


4.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간에 임신된 경우


5. 임신의 지속이 보건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김승희 의원실에서 제공한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원치 않는 임신'이 인공중절의 가장 큰 원인이지요.





사실 법으로 임신 중절을 금지한다고 해서 수술을 안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의료 기록'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 제대로 된 권리를 챙기지 못한 채 쫓기듯 수술을 받거나, 불법 시술로 후유증에 시달릴 위험이 높아질 뿐이죠.


최근 폴란드에서는 낙태 금지에 반대하는 '검은 월요일' 시위가 있었습니다.


<사진 출처 Guardian 'Polish women strike over planned abortion ban'>



가톨릭의 전통으로 유럽에서 가장 엄격한 낙태금지법을 적용하고 있는 폴란드에서 '성폭력을 당해 임신한 경우라도 낙태를 할 수 없다'는 극단적인 낙태 전면금지법을 시행하고, 이를 어길 경우 최대 징역 5년형에 처하겠다고 발표했는데요. 이에 반대하는 여성들이 출근과 가사노동을 거부하고 검은 옷을 입은 채 광장에 모여 '나의 몸에 자유를 달라', '나의 자궁은 나의 선택'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했습니다. 결국, 폴란드 정부는 이 시위가 '겸손함에 대해 가르쳐주었다'며 극단적 낙태전면금지법을 포기하였지요(관련 기사: <폴란드 정부, 낙태전면금지법 포기>).


비현실적 낙태금지법은 개정되어야 합니다.

임신을 중단하겠다는 결정은 고뇌 끝에 내려진 여성의 선택입니다. 안전하게 시술받고 후유증 없이 회복하도록 돕는 것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임신중절수술을 하는 의사를 '비도덕적'이라고 낙인 찍는 의료법 시행령에 반대합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여성의 건강이 볼모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낙태 수술 거부의 피해는 정부가 아니라 여성에게 온전히 돌아갈 테니까요.



한방부인과 전문의 움여성한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