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명의 엄마와 한 명의 아빠의 DNA를 이용한 시험관시술이 영국에서 합법화될 것이라는 소식을 전했었는데요('엄마 둘 아빠 하나, 3자 시험관아기 합법화 앞둬'). 이 기술을 이용한 첫 시험관아기가 미국 의료진에 의해 멕시코에서 태어났습니다.
<사진 출처 Guardian>
요르단인 부부는 결혼한 지 십 년이 지나 첫 아이를 낳았지만 6살이 되었을 때 사망하였고, 둘째 아이는 8개월 만에 잃었습니다. 뇌, 척수, 시신경을 포함한 중추신경계 기능이 점차 약화되는 유전적 신경대사장애인 라이증후군(Leigh Syndrome)을 유발하는 유전자가 엄마의 미토콘드리아 유전자의 1/4을 차지하면서 아이에게 치명적인 유전 질환을 일으켰기 때문입니다.
2015년 영국에서 승인받은 'pronuclear transfer'라는 시험관시술 기법은 엄마의 난자와 공여 난자를 아빠의 정자와 수정시켜 두 개의 수정란을 만든 다음, 공여 난자로 만든 수정란의 핵을 제거하고 대신 엄마, 아빠의 수정란에 있던 핵을 이식하는 방법이었습니다(아래 그림 참고).
하지만 무슬림인 이 부부는 종교적인 이유로 두 개의 수정란을 손상시키는 방법을 따를 수 없었습니다. 대신 수정란을 만들기 전에 엄마의 난자에서 핵을 추출하여 핵을 제거한 공여 난자에 삽입한 뒤 정자와 수정시키는 'spindle nuclear transfer'라는 기술을 이용해 시험관시술을 했습니다(아래 그림 참고).
2016년 4월 6일 태어난 남자아이가 건강하다는 소식과 함께 담당 의사인 존 장(John Zhang)은 "생명을 구하는 것이 윤리적인 일(To save lives is the ethical thing to do)"이라며 윤리적 논란을 일축했습니다.
하지만, 법의 규제를 피해 제 3국에서 이루어진 새로운 기법의 시험관시술에 대해서는 많은 우려가 있습니다. 상세한 시술과정이 발표되지도 않았고(10월에 미국 솔트레이크 시티에서 열리는 미국 생식의학학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안전성과 윤리적 문제에 대한 논란도 뜨겁습니다.
사실 세 사람의 DNA를 이용한 시험관시술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1990년대에도 난자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미토콘드리아를 포함한 공여난자의 세포질을 엄마의 난자에 주사한 뒤 수정란을 만들어 이식하여 아이들이 태어났거든요. 하지만 이렇게 태어난 아이들 중 일부에서 유전질환이 발견되어 이 시술기법은 금지되었습니다.
아이의 출산을 계기로 세 명의 DNA를 이용한 새로운 생식기술이 널리 확산될지, 안전성이나 윤리적 문제로 주춤할 지는 좀 더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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