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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임이야기

엄마 둘 아빠 하나, 3자 시험관아기 합법화 앞둬

by 움이야기 2015. 2. 5.

영국에서 세계 최초로 '세명의 부모를 둔 아기(three-person baby)'가 합법화될 전망입니다. 영국 BBC는 이 합법화 법안이 영국 하원을 통과하였다는 기사('MPs say yes to three-person babies')를 보도하였는데요, 이후 상원통과를 남겨두고 있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영국상원은 하원이 통과시킨 법안을 추인하는 편이기 때문에 이대로라면 2016년 세계 최초의 '엄마 둘, 아빠 하나' 아기가 태어날 전망입니다.

 

잉글랜드 북부의 뉴캐슬대학(제가 있었던 바로 옆 동네네요^^)에서 개발된 이 기술은 미토콘드리아 이상이 있는 엄마의 유전질환이 아이에게 유전되지 않도록 고안된 유전자변형 보조생식술입니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내 발전소'라고 불리는 매우 중요한 기관으로 우리가 음식물을 섭취했을때 이를 에너지로 바꿔주는 기능을 합니다. 난자의 미토콘드리아가 후대에 전해지기때문에 '모체유전자'로 불리며, 이상 미토콘드리아가 유전되게되면 당뇨, 청각장애, 근육쇠약, 심장이상, 실명 등 심각한 질병을 일으키게 됩니다.

 

3자 시험관아기를 만드는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그림출처 BBC).




미토콘드리아 이상이 있는 수정란의 핵을 추츨하여 미토콘드리아 이상이 없는 수정란의 핵 대신 삽입하여 새로운 수정란을 만들거나




미토콘드리아 이상이 있는 엄마의 난자에서 추출한 핵을 미토콘드리아 이상이 없는 공여난자의 핵 대신 삽입하여 새로운 난자를 만드는 방법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미토콘드리아 이상이 없는 수정란을 여성의 자궁에 이식하여 착상, 임신, 출산하게되면 두명의 엄마와 한명의 아빠를 가진 아기가 탄생하며, 아이의 미토콘드리아는 대를 이어 유전됩니다.

 

이 기술에 대해서는 여전히 많은 논란이 있습니다. 찬성하는 쪽은 유전질환을 예방하고 건강한 아기를 출산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이라 주장하고 있지만, 유전자 변형으로 태어난 아이들의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는 불확실성, 안전성에 대한 우려와 함께 윤리적 문제제기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제가 공부했던 의료인류학에서는 유전자변형에 대한 윤리적 문제에 대한 토론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데요,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소위 '미끄러운 경사면(slippery slope)'라 불리는, 이러한 유전자변형의 합법화가 연쇄적으로 불러올 수 있는여러문제에 대한 조심스러움입니다. 이렇게 유전자변형의 물꼬가 트이게되면 얼굴이 예쁜, 머리가 좋은, 운동신경이 발달한, 재능이 좋은 디자이너 아기(designer baby)를 양산하는 우생학이 다시 활개를 칠 수 있기때문입니다.

 

세계 최초의 시험관아기를 만들어낸 영국이 또다시 유전자 변형아기 합법화를 눈 앞에 두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을 비롯한 여러나라에도 즉각적인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관심을 갖고 과학기술의 진보가 인류에게 줄 수 있는 희망과 우려에 대한 다각적인 논의를 시작해야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