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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 다이어리

[2019 새해인사] 새로운 길과 만나는 나만의 '걷기'

by 움이야기 2019. 1. 2.

[2019 새해인사] 새로운 길과 만나는 나만의 '걷기'



이미 해를 넘겼지만 작년 12월 초,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 가능성을 예측하는 여러 기사 중에 ‘북한에서는 신년사가 아주 중요해서 이를 준비하려면 12월 중순 이후는 어렵다’는 내용이 눈에 띄었습니다. 동병상련이랄까 저도 최고 지도자는 아니지만 12월 중순이 지나면 슬슬 마음이 무겁거든요. 블로그와 소식지에 넣을 ‘새해의 글’로 뭘 쓰지? 하는 생각 때문에요. 가벼운 글은 일단 컴퓨터 앞에 앉아 키보드 위에 손을 올리면 손가락이 써주지만 쓰기 힘든 글은 발을 움직여야 합니다. 머리에 큰 제목 하나 정도를 담고 뚜벅뚜벅 걸으면, 이왕이면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고 흙과 나무, 새소리가 있는 숲길을 그냥 한 걸음 한 걸음 집중해 걷다 보면 신기하게 집에 돌아올 즈음에는 꽁꽁 얽힌 실마리 하나 정도는 풀게 됩니다. 글쓰기뿐 아닙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나 선택, 결단의 순간에도 걷기는 마법 같은 효과를 발휘합니다. 그래서 저는 걷기를 좋아합니다.

최근 <걷는 사람, 하정우>라는 책을 아주 재밌게 읽었습니다. 스크린 속에서만 보던 배우 하정우는 하루 3만 보 정도는 기본으로 걷는 걷기 마니아였습니다. 작업실에 가거나 친구를 만날 때도 목표 지점을 향해 직행하기보다는 한강 둔치를 따라 먼 거리로 돌아가고-‘돌려깎기’라 부르더군요-텔레비전을 보면서도 제자리 뛰기, 엘리베이터보다는 계단을 오르며 부지런히 몸을 움직인다고 하네요. 하와이에서 좋은 친구들과 ‘걷고 먹고 웃기’ 딱 이 세 가지만 하며 에너지를 충전하는 휴식 시간은 너무 부러워서 저도 한번 해보고 싶어졌습니다.

흔히 ‘아홉수’라고 말하지만 9라는 숫자에는 왠지 불안과 긴장이 담겨 있습니다. 꼬불꼬불한 골목의 끝, 숨이 목까지 차오르는 깔딱 고개와 닮았지요.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어둠인가 싶다가도 살짝 보이는 밝은 빛을 등대 삼아 굽이굽이 걷다가 이제 광장으로 나오기 직전, 오르막인가 싶었는데 내리막이 있고 잠시 숨을 고르니 다시 올라야 하는 험한 산길의 거의 끝에서 확 트인 전망을 보기 위해 젖 먹던 힘까지 짜내는 시간입니다. 이때 중요한 건 절대 무리하지 말 것. 서두르거나 해치우기보다는 내가 가려고 하는 곳, 즉 ‘지향’을 확인하고 나의 형편대로, 나의 보폭대로 걸을 때 새로운 길과 만날 수 있습니다.

2019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평범한 일상의 한 걸음 한 걸음을 모아 단단한 내일을 여는 한 해를 만드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