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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임이야기

정액검사 결과로 임신 가능성 예측하기

by 움이야기 2020. 4. 11.

[정액검사] WHO 정상정자 기준 vs. 총활동정자수, 효과적인 임신 가능성 예측 기준은?

 

남성 난임의 진단은 정액 검사를 기준으로 합니다.
일반적으로 정액 농도, 정자 활동성, 정자 모양을 살피고, 이 중 하나라도 WHO 정상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남성 요인 난임'으로 진단합니다.

그런데 정액검사 상 한가지라도 이상이 있으면 자연임신이 어려울까요? 얼마나 심해야 자연임신이 불가능할까요?
자연임신? 인공수정? 시험관시술? 미세수정? 정자 이상에 따른 가장 적절한 치료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1. WHO 정상 정자 기준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1999년 이후 사용되던 WHO의 정상정자 기준은 2010년 개정되었습니다.
피임을 하지 않고 1년 안에 배우자가 임신을 한, 즉 생식력이 확인된 남성(평균 연령 31 ± 5세) 1,953명의 정액 샘플을 분석하여 정상 정자 기준을 정했는데요. 그 기준은 하위 5%입니다. 즉, 임신을 하려면 정자가 최소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커트라인'이지요.


 


정상 정자의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2. WHO 기준은 임신율을 얼마나 예측할 수 있을까

2010년 개정된 WHO의 정액 검사 기준은 보편성을 위해 8개국, 2천여 명의 정액 샘플을 채취하였고 좀 더 규격화된 방식으로 분석한 결과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WHO 기준으로 임신 가능성을 예측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학술지 <Fertility and Sterility>에 발표된 논문인데요. WHO 기준으로 정액검사 정상인 그룹과 적어도 하나 이상 비정상인 그룹의 1년 이내 자연임신율을 비교했을 때, 임신율 차이는 거의 없었습니다(24% vs. 23%).

연구자들은 WHO 기준이 하위 5%의 컷오프 기준을 사용하였을 뿐 정자의 질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정상/비정상의 이분법적 구별로 임신 가능성을 예측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고 말합니다.


3. 총활동정자수(total motile sperm count: TMSC)

WHO 기준보다는 총활동정자수가 임신 가능성을 예측하는 지표로 더 효율적이라고 주장하는 여러 논문 결과가 있습니다. 실제로 네덜란드 같은 나라에서는 총활동정자수를 인공수정, 시험관시술 등 이후 난임치료의 방향을 정하는 기준으로 삼고 있기도 합니다.

총활동정자수는 다음과 같이 계산합니다.
총활동정자수(TMSC) =  사정 정액량(ml) × 정액 농도(정자 수/ml) × (직진 정자(%)/100)


4. WHO 기준 vs. 총활동정자수

남녀 모두에게 이상이 없는 원인불명 난임과 남성에게만 이상이 있는 남성인자 난임(무정자증 제외) 1,177쌍을 WHO 기준에 따라 분류하고 총활동정자수에 따라 분류하여 3년간의 자연임신율과 인공수정/시험관시술을 포함한 전체임신율을 비교, 분석하였습니다.




WHO 기준을 적용해 정자 수 감소(O; oligozoospermia), 정자 활동성 감소(A: asthenozoospermia), 정상모양 정자 감소(T: teratozoospermia), 정자수+활동성 감소(OA), 정자수+정상모양 정자 감소(OT), 정자 활동성+정상모양 정자 감소(AT), 정자수+활동성+정상모양 정자 감소(OAT)로 구분해 각각의 임신 12주 진행 임신율 차이를 비교했습니다(자연임신율: SOPR, 인공수정/시험관시술/미세수정 포함 전체 임신율: TOPR).




WHO 기준으로 정액검사 상 정상인 원인불명 난임의 3년 이내 자연임신율은 67%로 정자 이상을 동반한 경우보다 뚜렷이 높기는 하였지만, 정자의 수/활동성/모양 등 중복적으로 이상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어느 한 특정 이상이 임신에 더 방해가 된다는 증거는 없었습니다.

반면, 총활동정자수에 따른 구분은 임신율과 관련이 있습니다.
총활동정자수를 백만 이하/ 백만-오백만/ 오백만-천만/천만-이천만/이천만 이상으로 나누고, 이천만 이상을 정상으로 보았습니다.

총활동정자수가 증가할수록 자연임신 확률은 높았고, 특히 오백만 이하에서 자연임신율이 현저히 낮았습니다. 대신 오백만 이하 그룹에서는 미세수정 시험관 임신율이 높았습니다.




자연임신율은 WHO 기준도 정상이고 총활동정자수도 정상인 그룹에서 뚜렷하고 높고, 두 기준 모두 비정상 그룹에서 낮았습니다.

그런데, WHO 기준과 총활동정자수 기준이 상충되는 경우는 어떠할까요?

WHO 기준이 정상이고 총활동정자수 기준이 비정상정인 그룹의 자연임신율은 37.5% 총 임신율은 62.5%인데 비해 WHO 기준 비정상, 총활동정자수 기준 정상 그룹의 자연임신율은 46.3%, 총 임신율은 75.0%였습니다. 즉, 두 기준이 다를 때는 총활동정자수 기준을 따르는 것이 임신 가능성을 예측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의미입니다.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총활동정자수가 WHO 기준보다 임신 가능성을 예측하는 인자로 더 효과적입니다
-총활동정자수가 500만 이하일 때 자연임신 확률은 낮고 미세수정 시험관시술 임신 확률은 높습니다
-총활동정자수가 100만 이하, 500만 이하로 매우 안 좋을 때에도 약 25%(23-27%) 정도의 자연임신 가능성은 여전히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