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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 다이어리

임신순번제? 임신과 출산에 대한 사회적 지원 절실

by 움이야기 2013. 5. 16.

'임신순번제'라는 용어를 들어보셨나요.

직장에서 순서를 정해 임신을 하도록 한다는, 공식적으로는 사라졌지만 대형병원 등에서 암묵적으로 공공연히 시행되고 있는 제도라고 합니다.

최근 한 대학병원의 '임신순번제'가 기사화 되면서 많은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기사보기 <"불임 끝 임신한 간호사에 "네 순서가 맞느냐"... 임신 순번제라는 굴레>


특히 병원은 여성이 구성원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교대근무가 많으며, 전문인력을 필요로하는 곳이라 출산휴가로 인한 부담, 압력이 유난히 많은 곳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여성 인턴, 레지던트 등의 임신은 금기로 여겨지며, 계획에 어긋나게 생긴 아기는 임신중절의 압박에 시달리고, 법정 출산휴가기간을 모두 누리는 것은 사치일 뿐이라는 전설같은 증언을 병원 주변에서는 흔히 들을 수 있었던 저에게도 '임신순번제'라는 용어는 낯설고 기막히고 충격적이었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그리고 '축복'이어야 할 생명잉태의 사건이 조직의 이익을 위해 계획되고 압박 받아야한다니요.


예전 진료실에서 난임여성들을 만나면서 유독 많은 비율을 차지했던 직업군이 바로 간호사였습니다.

간호사의 경우 늘 긴장해야하는 근무환경 속에서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가 매우 높으며, 또한 3교대 근무가 생체리듬을 깨뜨리면서 임신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이렇게 건강한 임신과 출산에 결코 호의적이지 않은 상황에 처해있는데, 게다가 임신과 출산의 시기마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없다니 안타깝습니다. 이문제가 비단 병원의, 간호사들만의 문제는 아닐것입니다. 임신과 출산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 매우 열악하고, 임신과 출산을 위해서는  끊임없이 상사와 동료의 눈치를 살피고 희생을 감수해야하는 근무환경 속에서 세계최하위의 출산율은 어쩜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국에서는 임신과 출산에 대한 지원이 어떠한지에 대한 자료를 좀 찾아보았습니다.

영국의 법정 출산휴가는 기본 26 주이며 추가로 26 주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39 주까지는 급여가 지급되는데 처음 6 주 동안은 평균 주간급여의 90%를 지급하고, 이후 33 주간은 평균 주간급여의 90% 또는 136.78 파운드 (우리돈 약 230만원) 중 적은 쪽의 급여를 받게 됩니다. 

남성의 경우도 아내가 출산을 하게되면  1-2 주의 유급 배우자 휴가가 주어지며, 만약 아내가 직장에 복귀하게 되면 26 주까지 유급휴가를 쓸 수 있습니다. 


오늘 한 모임에서 더럼 근처의 대학병원에 약사로 근무하는 친구에게 영국병원의 임신, 출산에 대한 근무환경이 어떠한지에 대해 물었습니다.

영국의 경우 병원이 대부분 NHS 산하의 공공의료기관이기 때문에 병원 근무자의 경우 아무 제약없이 자유롭게 법정출산휴가를 사용하는 편이라고 했습니다. 전직 간호사로 근무했던 한 친구도 어떻게 임신을 순서대로 할 수 있냐고 되물으며 자기가 아는 한 병원에 근무하는 여성의 경우 임신과 출산에 큰 제약은 없다는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임신과 출산은 사회적 구성원을 사회가 함께 맞는 과정입니다. 그렇기에 사회적 지원은 당연한 것입니다.

여성노동자들이 자유롭고 행복하게 임신과 출산을 선택하고, 출산 후 건강하게 회복하여 원활히 직장에 복귀할 수 있는 사회적 지원과 시스템에 대한 고민과 실행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하겠습니다.


오랜 기간 움여성한의원에서 근무하셨던 김성희 실장님이 4월로 근무를 마치고 출산휴가에 들어가셨습니다. 육아휴가로 이어질 예정이어서 조금 긴 기간이 될 듯 합니다. 순산하시고 건강하게 회복하셔서 다시 반갑게 만났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