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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 다이어리

건강관리행동 (Health-seeking behaviour) 연구

by 움이야기 2013. 5. 13.

오월입니다. 

더럼에도 봄이 왔습니다. 

이름 모를 꽃들이 꽃망울을 터뜨리고, 해라도 나오는 날이면 더럼 시내를 흐르는 강가에는 광합성을 하러 나온 사람들로 가득입니다. 

그러다가도 바람이 불면 얼른 옷깃을 여며야하지만요. 


저는 이번 주로 모든 수업을 마쳤습니다. 

작년 시월 시작하여 칠개월이 조금 넘는 시간동안 '인류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을 만나고 고군분투, 이제 조금 익숙해질까 하는 참이었는데 아쉽기도 하구요. 

이제 다음 주 한 과목의 시험을 치루고 나면-얼마만의 암기과목인지, 걱정가득입니다^^- 현장연구와 석사논문만 남게 됩니다. 

마지막 수업인 'Fieldwork, Ethnography, and Representation'에서는 이번 학기동안 개별적으로 진행한 작은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저는 '더럼에 거주하는 한국가정들의 건강관리행동 (Health-seeking behaviour among Korean families in Durham)'을  주제로 연구를 진행하였고 연구과정과 결과에 대한 발표를 하였습니다. 






'Health-seeking behaviour'는 질병에 걸렸을 때 어떤 치료를 선택하는지, 치료 선택의 경로는 어떻게 되는지, 그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인자들은 무엇인지를 연구하는 의료인류학의 오랜 연구주제입니다. 질병에 걸렸을 때 회복을 위한 치료의 선택과정은 단지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개인을 구성하고 개인과 그물망처럼 연결된 사회, 문화, 경제, 정치 등의 다양한 요소들이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영국이라는 시공간에서 한국이라는 문화적배경을 가진 사람들은 어떻게 건강관리를 하고 질병에 대처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기 위한 연구였고, 심층 인터뷰와 사진분석을 통한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어른들보다는 어린이들이 아픈경우 의료기관의 이용율이 높았고, 어른들의 의료기관 이용비율이 높지않았지만 이는 보통 'enabling factor'라고 하는 접근성, 치료비용, 언어장벽의 문제라기 보다는 '감기 같은 경우 특별한 약이 없고 쉬는게 약'이라는 질병에 대한 이해와 더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한국의 경우 서양의학과 한의학이라는 두개의 의학이 공존하는 의료제도를 갖고 있어 이것이 질병관리행동에 미치는 영향이 있는지에 대한 관심이 있었는데 더럼같은 경우 한의학이나 다른 대체의학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이전 한의학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의 경우 체했을 때 손을 따는 '사혈'이나 허리아플 때 '부항', 배아플 때 '찜질' 등 민간요법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었습니다. 

영국의 공공의료인 'NHS'의 이용경험을 물었을 때 대부분의 응답자들의 공통적인 대답은 영국의사 (GP)들의 친절함과 공감적인 태도였습니다. 환자의 아픔과 불편함에 함께 공감해주며 자세한 문진, 오랜시간 들어주는 진료태도에 대한 만족도는 매우 높았습니다. 설령 많은 약처방을 받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말이지요. 심각한 질병으로 상급병원으로 옮겨지는 과정에서는 대기시간이 길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무성한 소문과 달리 당일이나 다음날 바로 치료를 받을 수 있고 어린아이들의 응급실치료 경험도 그다지 나쁘지 않았습니다. 

사진을 통해 본 한국 가정들의 '건강심볼'은 '음식'이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좋은 음식을 먹고 아플 때도 음식으로 빠른 회복을 돕는 이들을 보니 '음식이 약이다'라는 한국 속담이 생각났습니다. 


소규모의 연구였기 때문에 많은 결과를 얻지는 못했지만 인터뷰를 통해 이곳에 살고있는 한국인들의 건강관리, NHS 이용경험을 들을 수 있어서 나름 보람있는 연구였습니다. 또한 규모를 확장한 'health-seeking behaviour'에 대한 연구가 한국에서도 이루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국사람들이 아플 때 선택하는 치료의 형태와 경로는 무엇인지, 그것이 개인의 사회적 배경, 경제적 상황, 교육수준 등과는 어떠한 관련이 있는지, 또한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 이주노동자 가족들을 어떠한 형태로 질병관리를 하는지, 적절한 치료를 방해하는 장애물은 무엇인지 등의 연구들은 가장 효과적이고 적합한 의료제도를 만들어가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의 봄날은 정말 아름답지요. 무더위가 오기 전에 이 아름다운 날들을 잘 즐기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