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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 다이어리

[영화이야기] 60만 번의 트라이

by 움이야기 2014. 10. 16.

옷깃을 자꾸 여미게하는 차가운 바람이 부는 목요일 아침, 출근 전에 '모닝 영화'를 한편 봤습니다.

오늘의 선택 영화는 <60만번의 트라이>. 오사카 조선고급학교 럭비부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입니다.

 

일본에서 갑작스런 해방과 남북분단을 맞으며 일본인도, 한국인도, 북한인도 아닌 '조선인'으로 살아가는 60만명의 재일동포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교포 3, 4세가 된 아이들은 일본 한복판에서 우리의 역사를 배우고 우리말로 수업을 하는 '조선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 2006년에 상영되었던 <우리학교>라는 다큐멘터리에서는 이 아이들의 감동적인 이야기들을 전하고 있지요. 운동장의 일부가 오사카시 소속 땅이어서 이를 빼앗길 위기에 처하기도 하고, 고교무상화 혜택에서 배제되는 차별을 겪으면서도 아이들은 밝고 씩씩하게 자랍니다. 그 중심에 바로 학교의 자랑, 럭비부가 있습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오사카 조선고급학교 럭비부이지만 정식대회 출전 허락을 받은 것은 겨우 십여년전 부터이고, 이제 오사카시 대표로 전국대회에 참가하는 강팀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전국대회 출전을 앞두고 아이들이 겪는 갈등, 투지, 단결... 그리고 예상치 못한 부상과 좌절. 영화는 보는 내내 긴장과 안타까움으로 손에 땀을 쥐게 합니다. 그러나 제게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승부'가 아니었습니다.

 

2010년 일본 전역에서 실시된 고교무상화 정책에서 오사카 조선고급학교가 배제되었고, 이 배경에는 극우 정치인으로 알려진 오사카 시장이 있었습니다. 부모들과 학생들이 이에 항의하는 기자간담회를 열었는데 럭비부 주장 '관태'의 말이 영화가 끝난 이후에도 계속 마음을 울렸습니다. "럭비에는 노 사이드 (no side) 정신이라는게 있습니다. 시합중에는 편이 갈려 사이드가 생기지만, 시합이 끝나면 사이드가 없어져 함께 하는 것입니다." 교육이라는 기본 권리에 대해서는 일본인, 조선인을 구분하는 '사이드', 즉 차별이 없어야한다는 젊은 학생의 날카로운 지적입니다.

 

영화가 끝나고 출근하는 길에 광화문 광장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오늘로 6개월째, 자식을 잃은 부모님들이 차가운 광장을 지키고 계셨습니다. 영화에서 말하는 '노 사이드 정신'이 철저히 적용되어야하는 곳이 바로 여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왜 죽어야했는지, 그 진실을 밝히는 일에 내 편, 네 편이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