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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 다이어리

[헬스데이뉴스 칼럼] 너무 밝은 세상에 살고 있진 않은가?

by 움이야기 2014. 10. 27.



한국에 돌아온 지 약 2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영국 생활에서 그리운 것 중 한 가지가 어두움이다.

어두운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 칠흑 같은 어두움은 사람들에게 두려움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공포를 준다.


하지만 잔잔한 어두움은 칠흑 같은 어둠과 달리 평안과 안정감을 줄 수 있다. 처음 영국에 가서 적응이 잘 안 되는 것 중 하나가 실내조명이었다.


집 안에 밝은 등이 하나도 없는 게 대낮처럼 불을 밝히고 살았던 우리 가족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불편한 일이었다. 책을 볼 때도, 아이들과 보드게임을 할 때도 환하지 않은 게 불편하고 불만이었다.

하지만 잔잔한 어두움이 주는 편안함과 이점을 나중에는 깨달았다. 한국에 있었더라면, 낮인지 밤인지 구분이 안갈 정도로 환하게 불을 밝히고 TV를 시청하거나, 마치 낮인 것처럼 여러 가지 활동을 하면서 밤을 지냈을 것이다.


그러나 영국에 있을 때는 그렇게 밤을 불사르는 대신 어두침침(?)한 조명 아래 가족끼리 모여 앉아 그날 있었던 일들에 대한 얘기로 하루를 정리할 수 있었고 일찍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물론 그것이 전부 조명 탓은 아니었겠으나 분명히 그런 분위기를 만드는데 일조를 한 것은 사실이다. 잔잔한 조명은 하루 종일 신경을 곤두세운 우리에게 이제 밤이니까 그만 진정하고 쉬라는 메시지와 같다.


한의학에서도 ‘해 뜨면 일어나고, 해지면 자는 것’은 건강을 위해 아주 중요한 실천 요소이다. 해가 뜨고 지는 리듬에 사람의 몸을 맞추는 것이 ‘양생의 도’라고 얘기하고 있으며, 계절에 따라 해가 뜨고 지는 시간이 달라지듯이 우리의 수면리듬도 거기에 맞추기를 권장한다.


하지만 현대 문명의 이기들로 인해 어두운 밤을 대낮처럼 밝히면서 생활하게 되고, 늦은 밤까지 일을 하거나 여가활동을 즐기게 되면서 밤낮이 바뀐 생활을 하는 현대인들이 많이 늘어나게 되었다. 이로 인해 우리들은 예전 같으면 듣도 보도 못했을 여러 가지 질환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잠잘 때 분비되는 멜라토닌이라는 물질은 활성산소에 의해 세포가 손상되는 것을 막아주면서 건강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정상세포를 보호하면서 노화를 방지하고, 암세포는 죽이는 작용이 있다.

최근 생식의학저널 <Fertility & Sterility>에 발표된 논문에서는 밤-낮의 규칙적인 리듬과 이를 통해 분비되는 멜라토닌이 여성의 규칙적인 배란과 난소기능에 도움이 되고, 착상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프로게스테론 분비를 도와 임신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동물실험에서 임신 중인 쥐를 밤낮없이 계속 빛에 노출시켰을 때 아이의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 (ADHD), 또는 자폐증 위험이 증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도 이 칼럼을 스마트폰을 통해 보고 있는 분이 대다수일거라는 이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그렇지만 이렇게 밖에 얘기할 수 없다. ‘잠자리에서 스마트폰은 치우십시오. 잠이 보약입니다‘.










▲ 안기영 원장 / 움가족한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