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피임주사 효과 96%, 기분 변화, 우울, 여드름 등 부작용 우려로 연구 조기 중단, 여성 피임약은 안전?
경구 피임약 안전성 논란 중에 한 여성이 "왜 한 달에 단 며칠만 임신이 가능한 여자들이 피임의 부담을 져야 하지요? 남자들은 항상 생식이 가능한데 말이죠."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사실 그렇습니다.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먹어야 하는 경구피임약이 피임의 대명사처럼 여겨지지만, 남성이 사용할 수 있는 피임의 옵션은 콘돔 말고는 별로 없습니다.
최근에는 남성 피임약 개발을 위한 연구가 세계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기는 합니다. 성관계 직전에 남성이 복용하면 정자의 움직임을 중지시켜 난자와의 수정을 막는 합성 펩타이드를 개발하여, 곧 동물 실험을 시작할 계획이라는 소식도 있었습니다(관련 기사: <콘돔 없어도 된다고? 남성용 '즉석 피임약' 나온다>).
최근에는 호르몬주사가 정자수를 감소시켜 피임 효과가 뛰어나다는 임상실험 결과가 학술지 <Journal of Clinical Endocrinology & Metabolism>에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320명의 건강한 남성을 대상으로 8주에 한 번씩 합성 프로게스테론인 norehisterone enanthate와 합성 안드로겐인 testosterone undecanoate를 주사하였습니다. 목표는 정자 수를 ml 당 백만 마리 미만으로 줄이는 것이었죠(임신을 위해서는 ml 당 최소 1,500만 마리 이상의 정자가 있어야 합니다). 연구 결과 24주 안에 274명의 남성, 즉 96%가 정자 수 100만 마리/ml 미만이 되었고, 평균 주 2회의 성관계에 단 4명의 파트너만이 임신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연구 기간 동안 1,491건의 부작용(adverse effects)이 보고되었습니다.
기분 변화, 우울, 주사 부위 통증, 성욕증가가 가장 흔한 부작용이었고 20명이 부작용을 이유로 임상실험을 중단하였습니다.
주사를 중단하고 1년이 지났을 때 8명의 정자 수가 정상으로 회복되지 않았고, 1명은 4년이 지나도록 정자 수 부족이 지속되었습니다.
연구자들은 1,491건의 부작용 중 38.8%는 주사와 관련성이 없으며, 91%의 부작용이 경미한(mild) 부작용이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이 임상실험을 감독하는 위원회(Research Project Review Panal)에서는 연구가 초래하는 부작용이 이익을 능가한다며 연구를 조기 중단하도록 결정하였습니다.
임상실험에서 위험이 발견되었을 때 연구를 중단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런데, 기분 변화, 우울, 여드름... 어디서 많이 들어본 부작용 아닌가요?
여성이 경구피임약을 복용할 때 흔히 나타나는 부작용이지요.
최근에는 100만 명이 넘는 대규모 연구에서 호르몬제를 사용한 여성의 피임법이 우울증 위험을 현저히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습니다(관련 포스팅: '피임약, 주사, 미레나 등 우울증 위험 높여').
하지만 1960년 경구피임약이 개발된 이후 '피임약은 안전하다'는 주장이 되풀이되고 있지요.
왜 같은 정도의 부작용인데 남성 피임제는 연구를 중단하는데, 여성 피임제는 적극적으로 권장할까요?
남자와 여자에게 다르게 적용되는 호르몬제의 안전 기준, 이제는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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