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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에세이

'차별'을 통해 여성성을 발견하다

by 움이야기 2016. 12. 10.


여자와 남자, 성별을 영문으로 표기할 때 이제는 생물학적 성을 말하는 섹스(sex) 대신 사회적 성을 의미하는 젠더(gender)를 공식적으로 사용합니다. 남자와 여자는 생물학적 차이를 가지고 태어나지만 더 많은 차이는 사회, 문화적으로 구성되기 때문입니다. 사회마다 여자다움의 조건과 규제, 압력이 다르고 여성들은 저마다 다른 경험을 가지고 자신의 여성성을 발견하고 만들어가지요. 여성의 목소리를 듣고 드러내는 작업을 통해 학자들은 특정 사회문화적 환경에서 '여성성'이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찾고 있는데요. 


이란의 이슬람 여성들이 말하는 '여성성 발견'에 대한 연구 결과를 소개합니다.







30명의 완경을 한 무슬림 이란 여성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한 결과, 이란 여성들이 자신의 '여성성'을 발견하게 된 최초의 사건은 슬프게도 '차별(gender discrimination)'이었습니다. 남자 형제는 혼자서밖에 다닐 수 있을 때 자신은 아버지와 동행해서만 외출할 수 있고, '여자답지 못하다'며 길에서 자전거 타는 것을 금지당했을 때 그들은 자신이 여성임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고 인터뷰를 통해 묵은 감정을 털어놓습니다.


인터뷰에서는 성적인 욕망을 가진 존재임을 깨달으며(sexual awareness) 자신의 여성성을 발견했다고 답한 여성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성의 성적 욕망은 '위험하고', '순수함을 오염시키는 것'이라는 사회적 편견에 감히 드러내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요.


또한, 여성들은 '신체적 차이(physical differences)'로 자신의 여성성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도 여성의 몸은 부끄럽고, 은밀하고, 감춰야 하는 대상이었습니다. '유방( breast)'을 '가슴(chest)'이라고 부르고, 여성의 성기를 제대로 부르지 못한 채 '여기(here)', 저 아래(down there), '안쪽(inside)'이라고 애매하게 지칭하였고요.


이슬람 특유의 종교적 규율이 더해지기는 했지만, 우리나라 여성들의 경험과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이 글의 저자 Elham Amini는 저의 더럼대학 시절 좋은 친구이고 동료입니다. 이란에서 조산사로 일했었고 여성주의적 관점으로 의료사회학을 공부하는 친구라 만나면 서로 할 이야기가 많았지요. 한국과 이란의 여성들이 겪는 경험, 사회문화적 환경이 여성 건강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한국의 여성들이 주도한 '월경페스티벌', '공공장소 모유수유 퍼포먼스', '불임 대신 난임', '폐경 대신 완경'의 이야기를 들려줄 때마다 '한국 여성들 참 적극적이고 용감하다'고 부러워하기도 했지요.


갱년기 여성의 몸과 사회문화적 환경을 살피는 Elham의 박사과정 연구가 성공적으로 잘 끝나기를 기원합니다. 다시 만났을 때는 여성이 건강한, 성평등한 한국사회의 소식을 친구에게 더 많이 전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