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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에세이

스트레스가 아들, 딸 성별을 결정

by 움이야기 2017. 1. 19.


예전 같은 '남아선호사상'은 없지만, 아이를 하나나 많아야 둘만 낳다 보니 이왕이면 아들이었으면, 또는 딸이었으면 하는 마음은 있습니다.

인터넷에는 '성별 가려 아이 낳는 비법'에 대한 여러 정보가 난무하지만 확실한 증거는 없지요.

배란일을 정확히 맞추면 아들 낳을 확률이 높아진다는 세간의 주장을 반박하는 연구결과를 블로그를 통해 소개한 적이 있는데요(아들 낳는 한약? 건강한 임신 돕는 한약!). 


이번에는 임신 전, 그리고 임신 중 스트레스가 남녀의 성비를 바꿀 가능성이 있다는 최신 연구 결과를 소개합니다.




막 임신을 했을 때의 남녀 성비를 1차 성비(primary sex ratio)라고 한다면 출산 시의 남녀 성비를 2차 성비(secondary sex ratio)라고 합니다. 1차 성비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중간에 유산이 되기도 해서), 통계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2차 성비는 여아 100명 출생 당 남아 105-107명 출생으로 남아의 비율이 약간 높습니다. 여아를 선택적으로 유산시키는 성감별 낙태로 1990년대 우리나라의 2차성비는 116.5명(셋째 아이의 성비는 193명)까지 올라가기도 했지만, 지금은 정상범위로 떨어졌지요. 성감별 낙태와 같은 인위적 개입 외에도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스트레스가 성비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임신 시에 엄마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부신에서 테스토스테론 분비가 증가하여 아들을 임신할 확률이 높고, 반대로 아빠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고환에서 테스토스테론 생산이 감소하여 딸이 될 확률이 높다는 주장입니다. 또한 엄마의 스트레스는 혈중 순환 글루코즈의 농도를 높이고 이로 인해 남아가 될 배아(blastocyst)를 만들어낼 확률이 높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한편, 임신 중에도 모체의 스트레스가 지속적으로 높으면 여아보다 남아가 유산이 될 확률이 높아 성비는 다시 조절된다는 의견도 있지요.


임신 시의 아빠의 스트레스가 태아의 성별에 미치는 영향을 살피는 연구 결과가 최근 학술지 <Fertility and Sterility>에 발표되었습니다.





연구 결과 아빠가 불안장애(anxiety disorders)로 진단받은 경우 아들이 태어날 확률이 76%가량 높았습니다. 아빠의 스트레스가 높으면 딸을 낳을 확률이 높을 거라는 기존 가설과는 일치하지 않는 결과입니다.





엄마의 스트레스가 태아의 성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2012년 연구에서는 만성스트레스를 나타내는 지표인 코르티솔의 농도가 높을수록 여아 성비가 높았고, 급성스트레스를 나타내는 지표인 알파 아밀라아제 농도가 높을수록 통계적 유의성은 없지만 남아 성비가 높았습니다.





스트레스가 성비에 미치는 영향을 살피는 것은 원하는 성별을 골라 낳기 위한 실용적 정보라기보다는 성비 불균형을 사회의 스트레스 환경을 살피는 척도 중 하나로 삼고 개선하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아직 이론적 가설을 입증할 수 있는 실증적 증거는 부족하지만,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환경과 태아 성비의 관계를 밝힐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