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와 면역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장 미생물, 기분까지 좌우
사람의 위장관에는 100조 이상의 미생물이 살고 있습니다. 인체 세포 수(약 10조)의 열 배가 넘으니 어마어마한 숫자지요. 음식물을 소화 시키고 영양을 흡수할 뿐 아니라 면역 작용, 대사 작용 등 우리 몸을 운용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사람의 얼굴이 모두 다르듯 장 미생물의 구성도 다르고, 어느 한 가지 정형화된 건강 패턴이 있다기보다는 다양한 미생물들이 생태계처럼 균형을 이루었을 때 '건강하다' 말합니다.
그렇다면 고유한 장 미생물 구성은 어떻게 결정될까요.
장 미생물의 다양성과 구성은 태어나면서 만 세 살까지 형성되고, 이후 큰 변화 없이 안정되게 유지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19년 발표된 논문에서는 3세까지의 장 미생물 구성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인자로 조산/만삭 분만, 질식분만/제왕절개, 모유/분유 수유 등을 꼽고 있습니다.
37주 이전 조산 분만아는 만삭 분만아에 비해 장내 미생물 다양성이 떨어지는데요. 장이 미성숙하고 병원에 오래 머물면서 병원 미생물과 항생제 노출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또한 질식 분만아는 태어나면서 엄마의 질 미생물에 노출되지만, 제왕 절개 아이는 병원 미생물과 엄마의 피부 미생물에 노출돼 상대적으로 장 미생물 다양성이 떨어지는데요. 그 결과 면역 질환 발생 위험이 크다는 여러 연구 보고가 있습니다.
한편 분유를 먹은 아이들에 비해 모유 수유로 자란 아이들의 장 미생물이 다양하며, 이유 후 먹는 고형식에 따라 장 미생물 구성은 달라집니다.
이렇게 형성된 장 미생물은 3세 이후 성인까지 안정되게 지속되는 편인데요. 음식, 생활 습관, 스트레스 등이 영향을 주고, 특히 항생제 복용은 장 미생물 건강을 해치는 대표적인 인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규칙적인 운동이 장 미생물의 다양성을 증진시킨다는 연구 보고도 있습니다.
장 미생물의 균형이 깨지고 유익균보다 유해균이 증가할 때 여러 질병이 발생합니다.
과민성 대장증후군, 염증성 장 질환, 셀리악병, 대장암 등 장 질환은 물론이고, 비만, 2형 당뇨 등의 대사질환이나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자폐증 등 중추신경계 질환도 장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장 건강은 여성 건강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장이 건강하지 않으면 여성호르몬 대사에 이상이 생겨 월경불순, 배란장애, 난임, 자궁근종, 자궁내막증 등을 유발한다는 논문을 소개한 적이 있고요.
https://wombstory.tistory.com/1376
한국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완경 전 여성에서 식이섬유 섭취량이 적을수록 우울 지수가 높다'는 결과가 학술지 <Menopause>에 발표되기도 했는데요. 장에는 4-6억 개의 신경 뉴런이 존재하여 대뇌와 상호작용을 하는 '장-대뇌 축(gut-brain axis)'의 작용 때문입니다.
한의학에서는 만성 소화불량, 과민성 대장증후군 외에도 만성 피로, 만성 질염, 아토피, 두드러기 등에 비위 기능을 다스리는 치료를 많이 합니다. 기운을 북돋아 면역력을 높이면서 비위 기능 이상으로 생긴 습담(濕痰)을 제거하는 치료법이죠.
또한, 금원사대가의 한 분인 이동원 선생은 모든 질병을 치료할 때 비위 기능을 최우선으로 하여 '보토파(補土派)'라고 불리는데요. 장 미생물이 건강에 미치는 중요성을 간파한 혜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뉴스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적정 체중 유지와 운동으로 과다월경 방지 (0) | 2021.06.04 |
---|---|
일반적인 배란점액 패턴은? (0) | 2021.05.21 |
[시험관 임신] 성공률을 높이는 냉동란 이식 적기는? (0) | 2021.04.07 |
한국 여성이 가장 많이 호소하는 갱년기 증상은 (0) | 2021.04.03 |
다낭성난소증후군 월경불순, 인슐린 저항성 낮춰야 (0) | 2021.03.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