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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 다이어리

한방과 양방, 함께할 수는 없을까

by 움이야기 2013. 3. 20.

요즘 저는 마지막 논문을 준비하면서 '보완대체의학 (Complementary and Alternative Medicine: CAM)'에 대한 다양한 자료들을 읽고 있습니다. 보통 CAM이라고 부르는 보완대체의학은 그 범위가 다양하여 비교적 제도권 안에, 혹은 가까이 들어와있는 침, 동종요법 (homeopathy), 카이로프락틱, 정골요법 (Osteopathy), 한약 등에서부터 기도, 종교의식 등까지 다양한 치료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보완대체의학에 대한 관심은 매우 높고 이를 이용하는 비율도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보완대체의학에 대한 관심은 비단 전통의학이 영향이 강한 몇몇 나라들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서구 여러나라에도 급속히 확산되고 있어 세계보건기구 (WHO)의 보고에 의하면 호주의 48%, 캐나다의 70%, 미국의 42%, 프랑스의 75%가 보완대체의학의 경험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영국은 예로부터 동종요법을 보완대체의학으로 많이 이용하고 있고, 침, 한약, 카이로프락틱, 정골요법 등의 보완대체의학을 Group 1으로 지정하여 NHS funding이 가능한 치료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영국 GP (General Practitioner: 환자가 일차 진료를 위해 가장 먼저 만나는 일반의)의 보완대체의학에 대한 견해를 알아보기 위한 연구에서 70%의 GP가 환자에게 보완대체의학을 처방하는 것은 안전하다고 답했으며, 실제로 병원을 방문한 많은 환자들을 보완대체의학치료자들에게 의뢰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Cross-cultural differences in GP's attitudes towards complementary and alternative medicine>). 물론, 정확한 과학적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판단을 유보하거나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는 의사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보완대체의학'을 이용하는 환자의 수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는 '현실'입니다. 이와 함께 보완대체의학을 이용하는 사람의 극소수만이 자신의 보완대체의학 이용사실을 GP에게 알리고 있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지면서 영국에서는 '왜 환자들은 보완대체의학 이용을 의사에게 알리지 않을까'가 중요한 연구주제가 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이유로 '의사의 부정적인 반응에 대한 두려움', '의사의 대체보완의학에 대한 이해부족' 등이 꼽히면서 의사와 환자 사이의 열린 대화, 다양한 치료옵션에 대한 개방적 태도, 의과대학에 보완대체의학에 대한 과목을 포함하는 등의 다양한 노력들이 촉구되고, 또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이는 환자에게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이라 볼 수 있습니다. 


오늘 저는 한양방의 해묵은 갈등을 드러내는 신문기사 하나를 보았습니다. 

양방에서는 임신중 한약복용이 매우 위험하다는 보도자료를 냈고, 한의계에서는 이 보도자료가 악의적으로 왜곡된 것이라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국 의학계는 한의학과 양의학이라는 국민건강을 위해 매우 소중한 자산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어느나라보다도 심한 두 의학사이의 첨예한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모두가 '환자'를 위해서라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환자를 위해 열린마음으로 상대의학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임신을 돕는 치료들은 더욱 그렇습니다. 여러 논문들에 의하면 불임환자들의 보완대체의학 이용비율은 다른 질환 환자들의 보완대체의학 이용비율에 비해 높다고 합니다. 임신에 대한 절실함이 최선을 다하는 다양한 치료로 이끄는 것이지요. 그러나 '한약은 절대 안된다'는 의사의 겁박, '호르몬제는 독'이라는 한의사의 부정적 태도에 많은 환자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또 다른 갈등상황에 빠지게 됩니다. 


'환자'를 위한다면, 치료의 중심에 온전히 '환자'를 둔다면 이제 의사와 한의사, 그리고 환자가 열린 마음으로 함께 만나야할 것입니다. 서로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문제가 무엇인지, 오해는 무엇인지, 서로 보완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 하나씩 실마리를 풀어간다면 한국 의학계는 양의학도 한의학도 아닌 환자를 위한 '의학'으로 만날 수 있을 것이며 이것이 진정으로 환자를 위한 길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