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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 다이어리

[영화 어바웃타임] 시간여행의 능력이 내게 있다면?

by 움이야기 2014. 9. 17.


*헬스데이뉴스 칼럼


간혹 아무 생각 없이 저지른 일이 탁월한 선택인 경우가 있다. 반대로 온갖 잔 머리를 굴려 열심히 준비한 결정이 의외로 형편 없거나 들인 노력에 비해 평범한 결과를 보여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새 컴퓨터를 구입하려고 열심히 인터넷을 뒤지고 리뷰도 읽고 가격비교도 해보고 주문을 하고 기다리는데 집 바로 앞 매장에서 똑 같은 컴퓨터를 더 싼 가격에 발견하는 그런 경우 말이다. 영화나 책도 마찬가지다. 큰 맘 먹고 오랜만에 고른 영화가 기대 이하인 경우도 있고 반대로 아무 생각 없이 대충 고른 영화가 맘에 콕 박히는 경우도 있으니까.


최근 그냥 시간 죽이기로 본 ‘어바웃타임’ 이라는 영화가 그런 경우다. 영화의 주인공은 정말 평범하다. 보통 사람으로 봐도 평범한 정도이니 잘 생긴 배우들 사이에서는 어떻겠는가? 하여간 평범하다 못해 찌질해 보이기 까지 한 주인공이 성년의 날에 아버지로부터 가문의 비밀을 듣는다.


대대로 그 가문 남자들에겐 시간을 되돌아 여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얘기다. 다만 기억이 있는 시점에 한해서 말이다. 어쨌든 영화는 그런 설정에서 계속 진행된다. 주인공은 매우 혼란스러워 하며 아버지께 묻는다. 아버지는 그런 능력을 어디다 쓰셨냐고.


아버지는 자기는 세상에 모든 책들을 읽는데 그 능력을 썼다고 말한다. 맙소사! 그리고 그 아버지의 아버지, 즉 주인공의 할아버지는 아마도, 특히 한국 사람들 대부분 썼을 거라 생각되는(?) 돈을 버는데 그 능력을 썼다고 아버지가 말해준다.


할아버지는 그렇게 돈을 많이 벌면서 행복했을 지도 모르나 자신은 그런 아버지 밑에서 너무 불행했다고. 자기는 절대로 그 능력을 돈을 버는데 허비하지 않고 자신의 아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데 쓰기로 했다고. 그래서 자신의 아들이 자기와 같이 불행한 유년을 똑같이 경험하지 않도록 했다고 말이다.


스포일러가 되긴 싫으니 자세한 줄거리는 그만 얘기하기로 하고.


과연 우리한테도 그런 능력이 있다면 무슨 선택을 할까? 사람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고 자라온 환경이 다르고 성격이 다르기에 무엇이 최선이라고 못 박기에는 너무 어려운 선택이다.


어떤 이에게는 정말 돈이 필요할 수도, 어떤 이에게는 사랑할 사람이 필요할 수도, 또 어떤 이에게는 시간이 필요할 수도. 하여간 내가 지금까지 한의학을 공부하고 많은 환자들을 만나면서 느낀 점이 하나 있는데 무슨 선택을 하건 정말 중요한 건 균형이란 거다. 그리고 정말로 중요한 우리의 몸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