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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에세이

자궁내막증, 임신으로 치료?

by 움이야기 2018. 6. 27.

자궁내막증, 임신으로 치료?



'자궁내막증의 가장 좋은 치료는 임신이다.'


첫 논문이 발표된 1904년 이후 100년도 훨씬 넘은 주장이며 지금도 자궁내막증 진단을 받았을 때 흔히 듣는 조언입니다.


자궁내막증은 자궁내막이 자궁 밖에 존재하며 월경주기에 따라 증식, 탈락하는 질환이기 때문에 임신, 수유 등 월경 정지 상태에서 위축, 또는 소멸할 수 있다는 그럴듯한 주장입니다. 수술 후 재발을 막기 위해 인위적으로 무월경을 유발하는 호르몬 치료를 실시하기도 하지요.





그런데 이 주장이 사실일까요?

최근 <Human Reprodcution Update>에 발표된 논문에서 팩트 체크를 하였습니다.





임신 중 자궁내막증의 변화를 살핀 기존 연구 결과를 살펴보고 분석한 결과, 임신과 출산을 겪으며 완전 소실(15-50%) 또는 감소(34-64.7%)를 보고한 결과도 있지만 크기에 변화가 없거나(27-30%), 오히려 증가했다는 결과(8.8-39%)도 보고되어 있습니다.





자궁내막증으로 인한 통증이 임신 후 감소했는지에 대해서도 연구마다 다른 결과를 보여 확실한 결론을 내릴 수 없습니다.


임신이 자궁내막증의 재발을 막는 장기적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Porpora 등(2010)은 자궁내막증 수술 후 임신과 출산을 한 28명의 여성 중 2년 이내 재발한 경우가 한 건도 없었다고 보고했으나 임신을 안 한 여성에 대한 비교 결과는 없었습니다. 자궁내막증 수술 후 임신과 출산 횟수가 많을수록 재발률이 낮다는 연구가 있고요. 재미있는 것은 자연분만을 한 경우 자궁경부가 열리면서 자궁내막 조각이 밖으로 배출되어 재발 위험이 감소한다는 점입니다.


이 연구의 결론은 '임신이 자궁내막증을 치료한다'는 아직 증거가 확실하지 않은 신화라는 것입니다. 임신으로 자궁내막증이 감소하거나 소실되는 경우도 있으나 전혀 변하지 않거나 오히려 자라는 경우도 많습니다. 사람마다 다르고, 또 같은 여성에서도 더 자라는 자궁내막증이 있고 없어지는 자궁내막증이 있으니 자궁내막증의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무엇인지 좀 더 자세한 후속 연구가 필요합니다.  


물론, 임신을 계획하고 있는 자궁내막증 여성이라면 가급적 빠른 임신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궁내막증이 임신을 방해할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자궁내막증을 치료하려고 무리해서 임신을 할 수는 없죠.


한의학에서는 개인의 체질과 몸 상태에 따라, 또한 생애주기에 따른 자궁내막증 치료를 실시합니다.

임신을 원하는 경우라면 자궁내막증을 최대한 억제하면서 빠른 임신을 돕는 치료를 합니다.





임신 계획이 없는 경우라면 자궁내막증을 유발한 환경 개선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또한 자궁내막증은 '환경병'이라고 부를 정도로 생활습관 등과 밀접한 관리가 있어 치료와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일상생활 관리가 아주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