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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 다이어리

[책 이야기]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 <춥고 더운 우리 집>

by 움이야기 2022. 3. 7.

 

 

'의식주'의 맨 마지막을 담당하는 집이 요즘은 맨 앞에 놓아도 될 만큼 중요해졌습니다.
코로나 시대에 가장 오래 머무르는 공간으로 일과 휴식, 취미도 모두 집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집은 단순한 부동산 자산이나 거처가 아니라 삶을 담는 공간이고 추억입니다.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에서도 유년 시절 대가족과 북적이며 살던 대구 북성로 집, 아이들 사이에 계급이 나뉘던 명문 빌라, 서울로 상경해 거쳐 간 여러 방들과 마침내 안착한 구기동 집이 챕터별로 담겨 있지만 실상 주인공은 그 공간에 담긴 작가의 '한 시절'입니다. 휘청이며 홀로 서고, 좌절 속에서도 연대하며 내 자리를 찾아가던 작가는  '왜 엄마의 자리는 없었을까' 오랜 의문에 '나의 서재'로 답하기도 했지요.

공선옥 작가의 <춥고 더운 우리 집>은 조금 더 오랜 시절의 이야깁니다. '구렁이가 달걀을 깨물어 먹는 집'에서 태어나 '부로꾸집'에서 자라고, 공부하러 나간 도시의 방, 무작정 일자리를 찾아 상경했던 공장의 기숙사, 복도 긴 임대아파트를 거쳐 '수북'이라는 동네 이름에 반해 무작정 땅을 사고 집을 지은 작가의 육십 생애가 담겨있지요. '옹색한 집에서 쓰는 옹색한 글'이라고 작가는 말하지만 수북에서 오일장 가는 버스 안 풍경, 정 많은 남도 사투리, 아무 볼일 없이 내리고 아무 볼일 없이 떠나는 곡성역 풍경을 읽다 보면 맛있고 찰진 작가의 글을 오래오래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들은 한달음에 쭉 읽기 어렵습니다. 읽는 도중 자꾸 나의 옛집과 그 시절의 추억이 떠올라 멈추게 되니까요.
종일 골목에서 뛰놀던 유년 시절 첫 번째 집, 홀로 공부하고 고민하던 청춘의 집, 아이들을 함께 키우던 마을, 영국 더럼의 렌트 하우스···. 저도 한참 동안 추억 여행을 했습니다.

집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니 한의원은 저에게 또 하나의 집입니다.
2003년 9월에 첫 진료를 시작하고 첫 환자가 임신하고 태어난 딸들이 진료를 오고, 울고 웃으며 이십 년을 보내다 이제 새로운 장소로 옮기려니 많은 생각이 드네요.
조금은 낯설고 어색할 수 있지만 새로운 장소에서 좋은 기억 많이 만들어 가도록 하겠습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그곳에서 마칠 제 생애 마지막 진료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