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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 다이어리

[영화이야기] 죽여주는 여자

by 움이야기 2016. 10. 14.


'나이 들어 같이 모여 살자'며 '은퇴자 마을'같은 걸 도모하는 모임을 최근 제 주변에서 세 팀이나 만났습니다.

몇 년 후면 은퇴하거나 아이들을 독립시킬 수 있는, 그래서 좀 더 유연한 '거주의 자유'를 맞이할 40대 중반에서 50대 초반의 20-30가구 정도가 함께 모여 복잡하고 답답한 도시를 벗어나, 그렇지만 심심하지 않게 노후를 함께 보낼 계획을 세우고 있지요. 같이 땅을 사고 집을 지어 마을을 이루면서요. 마음만은 청춘인데 벌써 '노후 대비'라니 좀 쓸쓸하지만 그래도 현실을 인정하고 대비하는 씩씩한 중년들입니다.






<죽여주는 여자>의 소영은 외로운 노인들에게 몸을 팔며 생계를 유지합니다. '폐지 줍는 노인'은 절대 되고 싶지 않아서라고 말하죠.


쓸쓸히 공원에 모이는 노인들, 거동도 불편하고 총기도 잃고 두툼한 약 봉투와 함께 하는 노년의 삶, 존엄을 잃고 요양병원 침대 위에서 보내는 생의 마지막. 국가의 사회보장도 부실하고, 그렇지만 전통적인 가족 공동체의 돌봄도 무너져 어설프게 중간에 끼어있는 딱 우리 사회의 민낯을 영화는 날 것으로 보여줍니다. 돈도 가족도 없는 늙은 여자 소영의 일상을 돕는 것은 이웃입니다. 그것도 사회에서 소외된 장애인, 트렌스젠더, 그리고 혼혈아와 함께지요.


"사는 게 너무 창피해."라고 말하는 병석에 누운 노인의 말에 가슴 아프긴 했지만, 왜 소영이 '죽음의 도우미' 노릇까지 해야 하는지 답답하고 화가 났습니다. 정작 소영 자신은 홀로 죽어 '무연고 사체'가 되는데 말이죠.

가을날 보기에는 좀 쓸쓸한 영화지만 이 사회에서 노인으로 산다는 것, 그리고 내가 살고 싶은 노년의 삶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