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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 다이어리

[움이야기] 여는글 ‘가끔 치료하고 자주 도와주고 언제나 위로하는’ 의사이기를...

by 움이야기 2012. 2. 8.

‘가끔 치료하고 자주 도와주고 언제나 위로하는’ 의사이기를...

 
 




여성의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건강을 위해서’라는 모토를 내걸고 움여성한의원을 시작한지 어느새 십 년 째가 되었습니다. 사실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건강’이란 매우 거창한 담론처럼 보이지만 WHO(World Health Organization, 세계보건기구)에서 규정한 ‘건강의 정의’, 기본일 뿐입니다.


간절하게 아이를 원하는 수많은 불임, 습관성유산 여성들을 만나면서 한의학적 치료를 통해 그들의 육체적 건강을 돕는 것, 여성들이 임신여부를 떠나서 평안하고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 더불어 사회적으로 가해지는 불합리한 압력과 대상화되는 여성의 몸과 마주하는 것, 이 세 가지를 늘 기억하며 글쓰기를 시작해 이제 여러 이야기들이 그 세월만큼 쌓이며 한 권의 책을 이루었습니다.

 

건강한 임신은 건강한 남녀의 사랑의 결실이며 소중한 생명창조의 작업입니다. 여기서 ‘의료’는 필요한 경우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일 뿐 그 주도권은 당사자에게 있는 것이며, 특히 여성에게서 완결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 복잡한 불임검사를 받고 치료와 시술을 거쳐 돌고 돌아 한의원을 찾지만 여전히 막막해하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어떤 검사를 했는지,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는 것이 힘’인데 말이죠.

 

이러한 상황들을 접하며 의사의 언어가 아니라 환자의 언어로 쉽게 임신과 불임, 습관성유산을 설명하는 작업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처음 글쓰기의 시작입니다.

 

갈수록 의료 영역도 시장 원리에서 자유롭지 못하면서 하루가 멀다 하고 수많은 건강정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보의 홍수’ 속에서 오히려 정확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찾는 일은 더욱 어려워졌지요. 환자들을 대신해 전문적인 학술지 논문들을 읽고 쉽게 해석해주고, 정확한 통계를 덧붙이며, 국내외 의학 관련 기사들을 꼼꼼히 분석해 줄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으로 글쓰기를 확장했습니다.

 

무엇보다 건강의 주도권을 병원이 아닌 여성 스스로에게 돌려주고 싶었습니다.

 

늦은 결혼, 그리곤 급한 마음에 배란유도, 인공수정, 시험관시술을 서두릅니다. 마치 임신을 하기 위해서는 병원에 가야하는 것처럼 되어버렸습니다. ‘생식의 의료화’ 시대에 ‘건강한 여성이라면 누구나 건강한 임신을 할 수 있다’는 자연의 원리로 돌아가 스스로 건강한 임신을 할 수 있는 몸과 마음의 준비를 시작하도록 돕고 싶었습니다. <지금 바로 실천하는 임신을 위한 생활 Tip>, <마음을 다스리는 심리요법>은 이를 위한 노력이 담긴 글들입니다.

 

<임상노트>를 정리하면서는 그동안 진료실에서 만난 수많은 인연들이 떠올랐습니다. 수많은 사연과 간절함을 갖고 오셨던 많은 분들이 전해주신 임신소식은 제게 큰 선물이었지요. 어렵고 힘들었지만 계속 이 길에 서게 해주는 큰 힘이었습니다. 이 임상 사례들이 잠시 ‘불임의 경험’ 속에 놓여있는 많은 분들께도 희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의사 트루도(E .L. Trudeau)의 동상에는 의학의 목표로 ‘가끔 치료하고 자주 도와주고 언제나 위로한다’는 글귀가 적혀있다고 합니다. ‘불임’이라는 질병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임신을 할 수 있는 건강한 몸‘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고 격려해주고 함께 해주는 역할로, 부족하지만 행복한 십년을 보냈습니다.

 

의사와 환자의 인연으로 만나 서로에게 에너지를 주었던 많은 분들을 기억하며 감사드립니다. 늘 격려와 지지를 아끼지 않았던 가족들, 그리고 바쁜 엄마 곁에서 씩씩하게 잘 자라준 딸들에게 고마운 마음과 함께 이 책이 미안함을 조금은 대신해 주면 좋겠습니다.

 

그냥 정리하여 자료집으로 남기려했던 글들을 멋진 책으로 엮어준 좋은 친구, 든든한 동료 매버릭에게 진심어린 마음으로 특별한 감사를 전합니다.

 

돌아보고, 정리하고, 매듭지으며

이제 다시 기대와 설렘으로 새로운 십 년을 맞으며

 

2012년 1월 진료실에서

문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