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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 다이어리

[책이야기] 어떻게 죽을 것인가

by 움이야기 2015. 9. 3.




변하지 않는 세상의 진리 하나는 '모든 인간은 죽는다'는 사실입니다. 천하의 권력을 휘두르던 진시황도 '불로장생'의 약을 구하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누구나 겪어야 할 죽음이지만, 여전히 죽음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젊은 사람들에게는 먼일만 같고, 나이 드신 분들께도 입에 올리기 왠지 꺼림칙한 주제입니다.


외과의사이면서 윤리학과 철학을 공부한 아툴 가완디는 신간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서 쉽지 않지만 반드시 물어야 할 죽음에 관한 질문을 던집니다.


나이가 들면서 우리에게(적어도 저에겐) 가장 두려운 것은 '독립된 자아'를 잃는 것입니다. 몸과 정신이 쇠약해지면서 내가 나를 돌보지 못하고 누군가에게 의존해야 하는 상황 말입니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자연스러운 노화의 과정이기도 하고, 질병으로 갑작스럽게 맞닥뜨릴 수도 있는 그 순간을 우리는 어떻게 맞이해야 할까요. 이 책에서는 서구에서 막 꽃피기 시작한 '어시스티드 리빙(assisted living)'을 소개합니다. 독립 주거시설과 요양원의 중간 단계로 감시와 통제보다는 개개인의 독립성, 삶의 질을 중시하는 주거형태인데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찾아보기 어렵네요 .


가완디 박사는 또한 의료화된 죽음의 문제를 지적합니다. 가난했던 시절에는 변변한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집에서 삶을 마감하던 사람들이 많았지만 이제 산업화된 나라에서 대부분의 사람은 병원에서 마지막 순간을 보냅니다. 먹지 못하면 수액을 공급받고, 숨쉬기 어려우면 산소호흡기를 달고 죽음과 사투하면서요. 그런데 삶의 질을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면서 이제 선진국에서는 점차 삶의 마지막 시간을 관리하는 호스피어 케어와 집에서의 죽음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합니다. 내가 바라는 마지막 시간에 대한 생각, 건강할 때 미리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입니다.


저에게 와 닿았던 또 한 부분은 윤리학자의 논문을 빌어 설명하고 있는 '의사의 역할'입니다. 과거의 의사들은 환자와 가부장적(paternalistic) 관계를 맺으며 '이 약을 드세요.', '수술을 하세요.' 하며 치료를 주도적으로 결정했지만, 현대의 많은 의사는 환자에게 정보를 주는(informative) 역할을 하며 의학적 사실과 수치를 제공하고 선택은 환자 자신이 하도록 합니다. 그러나 보다 바람직한 의사의 역할은 환자와 해석적(interpretive) 관계를 맺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환자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스스로 이해하도록 돕고 환자에게 가능한 치료, 우선순위에 맞는 치료를 선택할 수 있도록 의사결정 과정을 공유하는 것입니다. 생사를 다투는 환자를 만나지는 않지만, 저 역시 가끔 치료가 어려운 환자들을 만나기에 늘 마음에 새겨야 할 내용입니다.


이 책은 무거운 제목과는 달리 '어떻게 살 것인가'를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내가 살고 싶은 삶에 대해, 나를 돌보는 삶에 대해 많은 것들을 생각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