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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 다이어리

[영화이야기] 귀향, 편히 돌아오소서

by 움이야기 2016. 3. 4.

우여곡절을 거치며 14년 동안 찍은 영화인데 단 하루만 개봉한다고 해서 마음이 조급했어요. 2월에는 영화 볼 시간을 도저히 낼 수 없었거든요. 다행히도 영화 <귀향>이 삼일운동 하는 마음으로 본 사람들, 또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흥행을 이어가고 있어서 저도 진료가 없는 목요일 아침에 볼 수 있었습니다.




 


 



각오는 했었지만, 영화는 정말 끔찍했어요. 지금껏 봤던 어떤 공포영화보다 더 무서웠고 잔인했고 차마 눈을 뜰 수 없는 장면들이 많았어요. 우리가 평소 위안부 '할머니'라 이야기해오던 분들은 그냥 열네 살, 열다섯, 여섯의 '소녀'였고 아무 이유 없이 끌려가 일본군의 성노예가 되었지요.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매일 반복되는 끔찍한 폭력,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죽음의 공포 앞에서요.

꿈 많던 소녀들, 죽음 앞에서도 그들의 바람은 그저 '집에 가자'였습니다. 친구들과 깔깔거리며 수다 떨고, 엄마한테 잔소리 듣고, 아빠한테 어리광 피우며, 둘러앉아 따뜻한 밥을 먹는 일상으로의 복귀였죠. 그 소원을 이루지 못하고 떠난 소녀들, 그리고 평생을 치유할 수 없는 아픔 속에 살다 떠난 할머니들의 혼을 위로하며 만든 영화가 바로 <귀향>입니다. 그래서 여기서 '귀'는 귀신 귀(鬼)자, 영어로 'spirits homecoming'이죠. 죽은 혼이라도 편히 돌아오시라는….


영화를 보는 동안은 너무 힘들었지만, 보고나니 뭔가 선명해지는 기분이 들면서 보길 잘했구나 생각했습니다.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없는 상태로 버티다가 할머니들이 다 돌아가신다고 해도 역사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면 언젠가는 꼭 진상규명이 될 테고 억울한 혼들은 편히 돌아올 수 있을 테니까요.


<사진출처: 경향신문>


시청 앞에 걸린 '나를 잊으셨나요?'라는 물음에 '아니요. 그럴 리가요.'라고 대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