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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 다이어리

[움여성한의원 칼럼]‘시험관시술’에 한정된 난임치료 지원

by 움이야기 2016. 9. 9.

<헬스데이뉴스>에 연재하는 '문현주의 여성의학 움이야기' 스물 번째 칼럼입니다.



문현주의 여성의학(23)


시험관시술에 한정된 난임치료 지원

여성의 생식건강과 삶의 질도 고려해야




아이를 낳지 않는다고 아우성입니다. 급기야 최근 복지부 장관은 ‘저출산 위기 극복을 위한 호소문’까지 발표했지요. 올해 상반기에 태어난 아이의 수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2,000여명이나 줄었고, 이대로 가다가는 올해 합계 출산율이 1.16명밖에 되지 않을 거라는 위기의식 때문입니다. 현재의 인구 규모를 유지하려면 가임 여성 한 명당 2.1명은 낳아야 하는데 어림도 없는 목표이고요. 이 추세라면 10년 후에는 65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가 넘는 초고령사회가 되어 적은 수의 젊은이들이 나이든 노인들을 먹여 살리느라 헉헉댈 거라는 분석입니다.


무조건 임신이 해답 아니다





왜 아이를 낳지 않는지는 굳이 묻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매해 높아지는 청년 실업률과 치솟는 월세, 아이 한 명 낳아 키우는데 드는 어마어마한 양육비와 교육비 등을 생각한다면 지금 같은 불안 시대에 출산을 결심한다는 게 오히려 용기가 필요한 일이니까요. ‘기꺼이 아이를 낳아 키우고 싶은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이 저출산 해결을 위한 근본 해답이라는 걸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이라고 모르지는 않을 겁니다. 다만 시간이 걸리는 장기적 과제이니만큼 바로 효과를 내는(낼 거라 기대하는) 단기처방에 집중하는 거지요. 이번 달부터 시행될 예정인 ‘난임치료 지원 확대 방안’도 그중 하나인데요. 소득과 상관없이 모든 계층에게 시험관시술 비용을 지원하고 저소득층에게 지원 횟수와 비용을 늘려주기로 했습니다. 난임 치료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취지는 환영하지만, 임신을 돕는 방법이 꼭 ‘시험관시술’이어야만 하는지는 꼼꼼히 따져봐야 합니다.


자신의 유전자를 가진 후손을 많이 남기는 성공적 재생산은 인류의 진화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입니다. 하지만 피임법을 전혀 모르던 시기에도 인류의 조상들은 모유수유를 하면서, 또한 출산 후 성관계를 금하는 문화적 터부를 통해 터울을 조절했지요. 무작정 많이 낳는다고 성공적인 재생산이 아니라 태어난 아이가 탈 없이 커서 후손을 남길 수 있는 나이까지 건강하게 자라야 유전자를 대대로 남길 수 있으니까요. 생식에 비우호적인 환경, 즉 몸이 건강하지 않거나 정신적으로 힘들거나 사회적 환경이 좋지 않을 때는 임신이 안 되도록 몸이 알아서 생식기능을 억제하기도 합니다. 임신과 출산에 들어가는 높은 에너지 비용을 생각한다면 환경이 좋지 않을 때는 잠시 생식을 멈췄다가 다음 기회를 노리는 것이 오히려 성공적인 재생산 전략이기 때문이지요.


시험관시술은 옵션일 뿐, 임신 돕는 다양한 지원 필요


1978년 영국에서 세계 최초의 시험관 아기 루이스 브라운(Louise Brown)이 태어난 이후 시험관시술은 난임 부부들의 희망이 되었습니다. 양쪽 나팔관이 막혔거나 심각한 정자 이상으로 이전에는 자연임신이 불가능했던 경우도 자신의 아이를 가질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하지만 언젠가부터 그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또는 아무 이상이 없는데 임신이 잘 안 된다는 이유로 시험관시술을 서두르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고용량의 호르몬제로 난소를 과자극하고 여러 개의 난자를 채취하는 시험관시술이 여성의 생식건강에 무리를 주는데도 불구하고요. 최근 시험관시술 중단 후에도 30%가 넘는 난임 여성이 자연임신에 성공했다는 사실이 학술지 <인간 생식(Human Fertility)>에 발표되었는데요. 반드시 시험관시술을 해야만 하는 적응증이 아닌데도 보조생식술을 서두르는 난임 치료경향과 관련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저출산 대책의 일환이 아니더라도 아이를 원하는 여성이 건강하게 출산할 수 있도록 사회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시험관시술은 난임 치료의 여러 옵션 중 하나일 뿐이고, 그 외에도 생식에 우호적인 환경을 만들어 임신을 돕는 다양한 방법이 있습니다. 몸의 불균형을 바로잡고 임신에 적합한 최적의 건강상태를 만들어 주는 한방 치료도 오랜 전통을 가진 효과적인 난임 치료 중 하나입니다. 정부의 공식적인 난임 치료 지원 정책에는 포함되지 못했지만, 2009년에서 일부 지역자치단체에서 난임 환자에게 약 3개월간 한약, 침, 뜸 치료를 지원하는 한방난임치료사업을 실시하였는데요. 최근 국제학술지 <유럽 통합의학 저널(European Journal of Integrative Medicine)>에 실린 연구 결과를 보면 약 25%가 한방 치료 후 자연임신에 성공하였으며, 무엇보다 별 부작용 없이 ‘전반적인 몸 상태가 좋아졌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습니다.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임신을 방해한다는 연구는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스트레스 때문에 임신이 안 되고, 임신이 안 돼서 스트레스를 받는 악순환의 고리를 깨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심리치료가 필요하기도 하고요. 앨리스 도마(Alice domar) 박사의 연구에서는 긴장을 이완하며 마음을 다스리는 심신 요법(mind-body-therapy) 프로그램에 참여한 여성들의 1년 이내 임신율이 다른 여성들에 비해 두 배 이상 높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임신을 방해하는 요인이 개인마다 다른 것처럼 해결책도 ‘맞춤’이어야 합니다. 몸이 건강하지 않다면 몸을 건강하게, 마음의 스트레스가 문제라면 마음을 편하게, 물론 보조생식술이 필요하다면 시험관시술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요. 시험관시술을 중심으로 한 보조생식술에만 한정된 지금의 난임치료 지원 정책은 ‘생식의 의료화(medicalization)‘를 부추기며 ‘시험관 권하는 사회‘를 만들 우려가 있습니다. 난임 부부들이 겪는 ‘생식에 비우호적인 환경은 무엇인지‘를 살핀 후 ‘오직 시험관’, ‘무조건 임신’이 아니라 생식건강과 삶의 질을 고려한 다양한 난임 치료법으로 정부 지원이 확대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