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임신을 위해서는 신중해야

자연스럽게 기다리던 임신이 생각만큼 쉽게 되지 않을 때 많은 여성들은 자신의 건강상태를 돌아보고, 좀 더 건강해질 수 있는 방법, 그래서 임신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들을 모색합니다. 그 중 가장 일 순위로 하는 결심의 하나가 '운동'입니다. 

현대인들, 특히 산업화된 도시에 거주하는 많은 이들은 운동부족의 환경에서 살고 있습니다. 자동차를 많이 이용하고, 출근해서도 하루종일 책상 앞에 앉아있고, 휴식시에도 소파에 앉아 TV 리모콘을 이러 저리 돌리는 현대인의 삶은 운동과는 거리가 멀고 이러한 운동부족의 생활양식이 많은 질병을 야기한다는 수많은 연구보고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운동은 질병예방의 '금과옥조'가 되었고, 건강을 위해서 꼭 필요한 상식으로 자연스레 여겨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임신을 기다리고 있다면 운동을 시작하는데 신중함이 필요합니다. 

난소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인들 중에 가장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있고 비교적 탄탄한 증거를 갖춘 것이 바로 '에너지와 생식기능'의 관계입니다. 에너지균형이 깨어졌을 때, 특히 들어오는 에너지에 비해 나가는 에너지가 많은 네가티브 에너지 상태일 때 난소기능은 현저히 떨어지며 이는 난소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저하로 증명되고 있습니다. 많은 연구들은 육체적 활동 (physical activity)이 난소기능을 억제하는 주요인자 중 하나라고 주장하고 있고 실험을 통해 이를 입증하고 있습니다. 

여성 운동선수들의 월경불순 빈도가 높고 에스트로겐 농도가 저하되어 있다는 연구는 운동이 난소기능에 미치는 억제기능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과격한 운동 뿐 아니라 중등도의 운동도 난소기능을 억제한다는 연구도 많이 있습니다. New England의 여름캠프에서 진행된 연구에서는 참석한 여성들에게 2개월간의 규칙적인 운동을 하도록 한 결과 여성호르몬이 현저히 저하되었다는 결과를 보고하였습니다. 운동으로 체중이 감량된 그룹에서는 여성호르몬의 억제정도가 훨씬 심하였고, 충분한 음식섭취로 체중감량없이 에너지균형을 맞춘 경우에도 여성호르몬의 감소는 나타났습니다. 이렇게 억제된 여성호르몬은 운동을 중단한 후에 다시 정상화 되었습니다. 이러한 연구결과들은 과격한 운동이 아닌 레저활동 정도의 운동도 난소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는 최적의 생식환경을 찾기 위해 에너지가 부족한 환경에서는 생식기능을 억제한다는 진화적 이론과 일치하는 결과입니다. 운동으로 에너지 사용량이 늘면 그만큼 생식에 필요한 에너지가 부족해지기 때문에 생식기능을 억제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또 다른 연구들은 난소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비단 현재의 환경만이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태아 프로그래밍' 이론은 저체중으로 태어난 여성, 즉 자궁에서 영양부족의 환경에 있었던 경우에는 외부환경의 변화에 민감해지면서 중등도의 운동에도 쉽게 난소기능을 억제하지만, 출산시 체중이 높았던 여성의 경우는 영양이 충분한 환경에서 생체기능이 프로그래밍 되면서 중등도의 운동에는 쉽게 난소기능을 억제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따라서, 저체중으로 태어난 여성으로 임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운동을 시작하는 것에 보다 더욱 신중을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운동을 통해 에스트로겐을 억제시켜 유방암 등을 예방하려는 폐경기 이후 여성의 경우라면 고체중으로 태어난 여성은 저체중 여성보다 운동량을 증가시켜야만 에스트로겐을 억제하면서 유방암 예방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물론, 비만으로 대사장애를 겪고 있는, 특히 다낭성난소증후군 여성이라면 적절한 운동과 체중감량이 건강한 임신을 위해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시험관시술을 앞두고 있거나 임신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여성들이라면 임신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갑작스런 운동을 시작하는 것은 오히려 난소기능을 억제하는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이전에 포스팅했던 '건강한 임신을 위한 운동 이렇게'는 여전히 유용한 정보이지만, 운동과 생식기능억제에 관한 여러 논문들을 보면서 운동이 건강을 위한 '만병통치'는 아니며 특히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임신을 기다리고 있다면 운동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되었습니다.